정치판처럼 요동쳤던 한 해…누가 '수'인가 되돌아 봐야

최근 고사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교수진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 사자성어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군주민수’는 중국 전국시대 철학자 순자의 사상을 기록한 책 ‘순자’ 왕제편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민주주의 세상에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착하고도 슬픈 백성도 없기 때문에 ‘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라는 사자성어도 사실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라며 “그러므로 ‘군주민수’라는 낡은 사자성어는 현대적으로 새롭게 번역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 중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손꼽히는 게임은 올 한 해 동안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시기를 겪었다. 한 쪽에서는 작년에 이어 규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가까스로 게임진흥을 위한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국가 지도자가 직접 언급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었던 게임은 올 한해 역시 천덕꾸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대접을 받았다는 것에 대부분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정부 게임관련 주무부처들은 보건복지부의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코드 부여 시도를 사전에 막지 못했고, 외산 게임 강세에 따른 시장 불균형에 대한 해답을 올해 역시 내놓지 못했으며 동시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 역시 유야무야 넘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도 없지는 않았다.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가 조금이나마 완화됐고, 산업 진흥 중장기계획을 위한 예산 역시 예정대로 편성됐다. 그리고 내년부터 게임 심의 자율화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게임 개발 등에 있어 편의성과 자율성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모두 적게는 2년, 길게는 5년 전부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업계가 주장했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역시 상당하다. 이미 웹보드게임은 규제 압력 속에 주력 시장을 해외로 옮겼고, 중장기계획 역시 예산 편성만 가까스로 됐을 뿐 실질적인 진흥사업은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배가 뒤집히기 직전에 가까스로 배에 차오르는 물을 빼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배를 뭍으로 꺼내 대대적인 수리에 착수하거나 아예 새로운 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듣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물을 빼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게임계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업계가 미온적인 태도와 움직임을 보이자 든든한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들이 등을 돌려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게임분야 정책에 대한 비판은 비단 정부부처와 정치권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야 말로 ‘군주민수’라는 고사성어에서 ‘수’가 누구인지 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는 2017년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답답했던 올해와 다른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군주민수’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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