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등급 확대 ... 규제완화 분위기

 웹보드게임 이용한도에 다소 융통성…‘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휘청

올해 게임계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듯 했지만 막판에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뒤흔들면서 이 파장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까지 미치는 등 홍역을 앓았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 중인 게임산업 중장기 지원 계획(‘피카소 프로젝트’)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지만 추진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보드게임 규제가 더욱 완화되고 게임 자율심의 대상이 기존 오픈마켓 게임에서 온라인 등 전분야로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게임업계는 올해 정부와 정치권의 분위기가규제보다는 진흥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새롭게 20대 국회가 출범하고 정부도 규제 기조에서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 더 적극적인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예측은 결과적으로 절반은 맞았지만 절반은 틀린 것이 됐다. 정부가 새롭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놨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창조문화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후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 숨통 트이는 정책기류

올해는 그동안 게임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던 규제가 크게 완화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규제조항인 ‘게임산업진흥법’ 상의 웹보드게임 규제가 3월을 기점으로 크게 완화됐다. 비록 업계에 모든 것을 맡기는 완전자율은 아니지만 꽉 막혀 있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이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이번에 개선된 안은 규제가 시행된 2014년 이후 2년 동안 달라진 시장상황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달하진 내용은 월 결제 한도를 기존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리고 한 판 당 2500원 이하의 소액 방에서는 게임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한판 베팅금액(이용 금액)도 기존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업계와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로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역시 높이기 위한 논의에 나서면서 모처럼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여줬다.

또 그동안 게임을 서비스하기 전에 반드시 사전등급심의를 받도록 했던 ‘게임산업진흥법’이 개정됨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성인용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은 자율적으로 등급을 정할 수 있게 됐다.

박주선 의원(국민의당)이 주도한 이 개정안은 플랫폼에 관계없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을 민간단체에서 자율심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민간에서 자율 심의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뿐만 아니라 PC온라인과 콘솔 게임에도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향후 추가될 VR 및 IPTV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도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자율심의를 통해 유통할 수 있게 됐다.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선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의 일방적인 게임차단조치와 같은 일이 재발할 소지를 없앨 수 있게 됐다”며 “업계에서 사전심의 제도와 관련해 제기했던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역차별’ 논란 역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게임을 질병코드에 포함 '논란'

올해 새롭게 강화된 규제정책은 없었지만 게임과 무관한 보건복지부가 게임을 질병코드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게임중독 광고로 게임계에 충격을 줬던 보건복지부의 올해 또다른 규제책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복지부가 게임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복지부는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확정짓고 중독에 대한 개념을 의학적으로 정립해 인터넷 중독에 대한 질병 코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게임관련 부처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이에 복지부가 부처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물러서며 가까스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복지부는 “원칙적으로 인터넷과 게임중독 문제를 정신건강 대책에서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는 다소 형식적인 입장만 되풀이해 부처 간 갈등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 작년부터 논란이 돼왔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활발히 전개됐다.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내년까지 이 문제가 이슈활 될 전망이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여야 의원들이 잇달아 확률형 아이템 규제강화를 담은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부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이 사용되는 모든 게임을 청소년불가 게임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담고 있어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지난 7월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은 각각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개별 아이템 확률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기존 자율규제 시스템을 운영해 왔던 게임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여기에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두 의원이 발의한 규제안 보다 더 강력한 규제안을 들고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에 대해서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규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강화하는 한편 이를 전담하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 정책협의체가 출범함에 따라 이 문제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 창조경제혁신사업에 직격탄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발생한 ‘최순실 게이트’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혔다. 특히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VR 콘텐츠 육성에 대한 예산이 대거 삭감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됐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을 처리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예산 1637억 원을 삭감했다. 여기에는 가상현실(VR) 분야도 포함돼 있는데 문체부가 신규 사업으로 선정한 ‘VR콘텐츠 육성 사업’ 예산 191억 5000만 원 중 81억 원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예산 예비심사보고서를 통해 ‘최순실, 차은택 등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편성된 사업으로 구상 단계부터 편성, 집행까지 전 과정이 불투명하고 정책 효과도 알 수 없으며, 국민적 반대와 불신이 거센 만큼 삭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물론 ‘VR 게임’의 제작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는 문체부의 ‘첨단 융복합 게임콘텐츠 활성화 지원 사업’ 예산은 큰 삭감 없이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됐다. 또 삭감된 분야도 게임을 제외한 영상, 관광, 광고 등이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내년에 시행될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게임지원 사업은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게임 스타트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지차체가 운영 중인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내년 운영 예산안이 전부 심의 보류되면서 40억 원의 집행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모바일게임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번 예산 삭감은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또 센터에 입주해 있는 모바일 게임업체들 대부분이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이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다면 사업이 올 스톱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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