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주- 진경준 사태가 도화선…게임계 권력과는 일정 거리를 둬야

[모인의 게임의 법칙] 대한민국의 내치는 지금 매우 혼란스런 상황이다.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되고, 역대 두 번째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란 이름으로 행정부를 이끌고 있다. 경제 수장 자리엔 부총리와 부총리 내정자가 상존해 있고, 각 부처 장관들 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정세에 좌불안석인 모양새다.

그 때문인지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국방이 걱정이라는 말부터, 대한민국 경제에 먹구름이 꼈다는 소리까지 레퍼토리 또한 다양하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시계의 추는 잘 돌아 간다는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언제부터 위정자들이이 나라를 이끌어 왔단 말인가. 그들이 아니라 민초였고 그 풀잎들이 이 나라를 지탱하고 버텨준 것이 아니었던가. 최근의 시국을 들여 다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이 잦아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 근혜 대통령이 왜 그처럼 우 병우 전 민정 수석을 감싸고돌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국회와 야당측 주장대로 타이밍에 맞춰 우 전 수석의 손을 놔 버렸다면 판이 이처럼 커지지도 않았을 게 분명했다. 어쩌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다음,  매우 추한 정치권의 뒷 얘기 정도로, 그렇게 회자되고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의 시계추를 잠시 돌려보면 우 전 수석은 애초부터 말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의 별명은 칼잡이 검사로 알려져 있다. 좋게 보면 예리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게 보면 인정 사정을 보지 않는 사람이란 뜻도 된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민정 수석이란 완장을 차고 앉았던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럼으로써 그가 놓친 것은 민정 수석이란 자리가 싸움터의 장수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의 자리였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장수에게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지만, 참모에겐 무엇보다 바른 간언이 요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출세와 안위만을 추구했다.

미안하게도 김 정주 NXC 회장과 진 경준 전 검사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뇌물 사건이 세인들에게 알려지지만 않았더라면 우 수석의 미련함과 최 순실의 국정 농단은 한참 후에나 드러났을 터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너무 똑똑했고, 대통령은 그런 그들을 너무 너무 감싸고 돌았다.

민심은 더 격해 졌고 집요해 졌음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감싸 앉자 더욱 더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때마침 걸려든 게 국정 농단의 최 정점에 서 있는 최 순실이었던 것이다. 우 전 수석의 비리를 쫒다가 엉뚱하게 최 순실을 발견하게 된 것인데, 이 것이 끝내는 대통령의 운명을 가르게 했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 최 순실의 국정 문란과 농단이 끝내 감춰질 순 없었겠지만 이처럼 빨리 그녀의 행실이 만 천하에 드러날 것이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결국 웃지 못할 공로자는 다름 아닌 우 전 수석이 됐다. 또 그 역사의 회오리 바람은 결국 김 정주, 진 경준, 이 두 사람이 도화선을 제공하며 권력의 수반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격이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대 역사의 흐름에 극적인 단초를 제공한 김 정주 넥슨 회장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았고, 진 경준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4년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김 회장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게임계에까지 긍정적인 소식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김 정주-진 경준 사건 이후, 게임계에 요구되는 일은 더 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업계가 자중 자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 이전에만 하더라도 아이돌 산업이라며 문전박대하며 게임계를 쳐다보지도 않던 전국 경제인 연합회(전경련)측이 회비를 대폭적으로 깎아주겠다며 회원 가입을 권유했던 일과, 문화산업의 중흥을 노래하면서 게임계를 기웃거리던 최 순실의 제 1의 수하 차 순택의 유혹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만의 하나, 그 당시 게임계가 그들의 마수에 걸려들어 함께 부화뇌동했다면, 어찌할 뻔 했던가.

그렇다면 게임계가 앞으로 해야 할 일과 나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좌우로 흔들리지 말고, 혼란스런 세상도 쳐다보지 말고, 오로지 좋은 게임을 개발해, 게임 산업 입국을 실현하는 길이 유저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채근담에는 이런 글이 있다. 棲守道德者 寂幕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達人 觀物外之物 思身候之身 寧受一時之寂幕 毋取萬古之凄凉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에게는 일시적 쓸쓸함이 있겠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는 사람은 영원히 초라하고 처량해 질 뿐이다. 달인은 우주를 초월한 불변의 진리를 꿰뚫어 보고 오늘보다 내일을 생각한다. 일시적 쓸쓸함을 겪을지라도, 결코 후회할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현명한 자는 권세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임계는 그런 길을 가야한다. 대통령을 끌어내린 최 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김 정주- 진 경준 뇌물 사건은 그래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할 것이다.

[모인 더게임스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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