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개발자들 초심 잃는 경우 허다 ...매너리즘 경계해야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이란 말이 있다. 

진(晉)나라의 영공(靈公)은 무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가 곧은 관리 중 하나가 영공에게 직언하기 위해 내전으로 들어가 지나가는 영공의 앞으로 다가가서 넙죽 엎드렸다. 영공은 이를 무시하며 발길을 옮겼고 관리가 세 번째 처마 밑까지 가서 엎드리자 그제야 겨우 알아차린 체했다.

관리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영공은, “알았소. 내가 잘못했소. 앞으로 그러지 않겠소!” 하고 입을 막으려 했으나 관리는 영공의 그 말을 받아 간곡히 호소했다. “사람이 누가 허물이 없겠습니까. 잘못하고 능히 고친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일은 없습니다. 시경(詩經)에도 말하기를 ‘처음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얻는 사람이 적다’고 했습니다. 이 말만 보더라도 잘못을 바로잡는 사람이 드물 것 같습니다. 만일 임금께서 능히 끝을 맺으신다면 이는 이 나라의 복이옵니다.”

영공에게 간언한 관리의 말은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가 성공을 결심하고 열심히 하게 되지만, 끝까지 그 결심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정진하는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시경(詩經)의 대아(大雅) 탕편(蕩篇)에 나오는 말로 도중에 그만두는 일이 없이 끝까지 견디어 나가 목적을 달성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려운 것을 표현한 말이다. 근래 들어 이 미불유초선극유종(靡不有初鮮克有終 : 처음이 있지 않는 것은 없고 능히 끝이 있는 것이 적다)의 사자성어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10년 전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머릿속에 갖고 있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취업을 시킬 것인가’ 이었다. 그만큼 게임관련 교육기관에서 배출한 신입개발자에 대한 게임업계의 시선은 냉담했었다.

특히, 갓 졸업한 신입기획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게임업체를 찾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신입개발자에 대한 불신 보다는 게임개발에 대한 열정과 노력 그리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높게 평가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아졌다. 졸업을 앞둔 학생 개인의 능력에 따라 신입개발자로 재학 중 채용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이는 게임관련 교육기관들의 게임교육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배출하는 졸업생들의 수준이 업계에서 요구하는 눈높이에 어느 정도 맞춰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신입 딱지를 뗀 2~3년차 개발자들이 요구되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신뢰도가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

뭐든 시켜만 달라고 하던 초롱초롱한 눈빛이 몇 년 사이에 초심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져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빛으로 변하게 되는 개발자들이 많다. 불과 2~3년 사이에 번아웃(burn out)되어 열정이 바닥난 개발자들이 많다.

게임개발자들은 자신이 만든 게임이 실제 작동되어 게이머들의 손에 쥐어지고 그것이 즐거운 게임플레이로 연결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몇 날 밤을 개발 작업으로 새하얗게 불사르는 것이 창작을 위한 기쁜 산통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것이 멋진 게임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며 에너지이다. 연 단위로 계산된 경력 설계와 그에 따른 연봉높이기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거품이 많다.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걷고 있는 대한민국 게임계에 이 개발 인력에 대한 거품이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되어서는 안 된다. 처음 게임을 개발하던 초보개발자 시절을 되살려보자. 과연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영공에게 간언을 올린 관리의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의미 있는 끝을 얻는 게임 개발자들이 대한민국 게임계에 많아지게 되는 날, 우리의 게임이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