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영향력에 좌우되는 게 현실…소명의식ㆍ책임감도 중요한 덕목

최 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은 정무직으로 정부에 들어와 무려 3년여 기간을 재임했다. 그의 장수 비결도 놀랍지만 정무직 차관으로 발탁된 그의 출신 성장 배경이 궁금했다. 과거 정무직 차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을 행정부 고위급 자리에 발탁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김 종 전 차관은 스포츠 행정가였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멕시코 대학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김 전 차관은 프로축구 연맹과 한국 야구위원회 등에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하는 등 여러 일을 봐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제2 차관으로 발탁된 것은 순전히 스포츠 분야에 대한 그의 전문성 때문이라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설명했다.

김 전 차관에 앞서 그 자리를 지킨 인물은 박 종길 씨다. 그는 총잡이로 더 알려져 있는 스포츠 행정가이다. 그가 제 2차관에 발탁되자 스포츠계는 적절한 인사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박 차관은 얼마 못가 낙마하고 말았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목동의 한 사격장이 문제가 됐다.

이를 놓고 보면 박 전 차관이 문제가 돼 쫒겨난 게 아니라 김 전 차관에게 그 자리를 내 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술수를 부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문체부 제 2차관 직이 신설된 것은 박 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차관의 업무가 너무 비대하다는 이유였으나, 체육인들의 상대적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또 정부의 공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여당측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한다.

김 희범 문체부 제 1차관이 발탁된 것은 2014년 하반기께 였다. 행정가라고 불리기 보다는 선비로 불리는 게 딱 맞는 점잖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재임 6개월도 채 못 넘기고 사임했다. 당시 문체부 내부에서는 그에게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더 이상 알려진 것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사실로 비춰 보면 그에게 고위직 공무원 6명에 대한 일괄 사표를 청와대에서 요구해 오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김 차관이 사표를 내 던져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부와 산하기관장들의 재임 성적표를 보면 본인의 능력과 재임 기간과는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는 듯 하다는 것이다. 문체부내 최고의 테크노 크라트(전문관료)로 불리는 유진룡 전 장관의 재임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 또 문체부의 위상을 새롭게 썼다고 불리는 박 지원 전 장관(현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재임기간도 엇비슷하다.

반면 최악의 장관 인사로 불리는 Y 전 장관은 세간의 평판과는 달리 장수했고, 단명할 것이라고 예상한 L 전 장관은 무려 2년여 기간을 재임했다. 전횡 인사와 자신의 권력을 맘껏 휘두른 김 종 전 차관은 3년여를 재임했다.

산하기관장들의 재임 기간은 정치권과 더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들쭉날쭉하다. 오히려 전문성보다는 정치력이 더 요구되는 경우가 많고, 업무처리 능력도 그 것이지만, 해당 업종에 대한 소명의식이 더 절실히 요구될 때가 적지 않다.

김 기만 전 게임물 등급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프랑스 특파원등을 지냈고, 한때는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다. 그가 게임물 위원장에 내정되자 안팎에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쉽게 말해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부임하면서 업계에 던진 첫 일성은 열린 행정의 게임위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등급을 매기는 기관은 권위적이라는 인상이 짙었고 사실 그랬다. 그의 일련의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기관에 서비스라는 용어를 가져다 쓰기 시작했고, 민원 처리를 가장 중요시 했다. 그는 지금도 게임계에 머리와 가슴을 열어놓고,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다. 무서운 책임감과 소명의식이다.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과 산하 기관장의 우선 덕목은 전문지식도 그 것이지만 그 보다는 소명 의식과 자리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종 전 차관은 스포츠 행정 분야의 달인이라고 불렸다 한다. 실제로 그의 이력을 보면 스포츠 분야에서 그의 손과 발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

최근 모 시민 단체에서 게임 산하기관의 임원들에 대한 전문성 결여의 문제점을 제기, 주목을 끌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틀린 지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업종과 업태에 대한 소명의식과 책임감 또한 그 덕목에 포함되지 않을까. 솔직히, 알면 뭐하겠는가. 배운대로 실천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영달과 자리 지키기에만 연연하면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다 충족해 주는 인물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래서 인사는 만사라 하지 않던가.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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