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최근 불미스런 일 잇따라…섬세한 정신노동자 배려 절실

게임업계에 최근 직원들이 돌연사 하거나 투신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 사고의 경우 게임업체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IT나 자동차 등 전산업 분야에 걸쳐서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산업이 거대화 되고 게임업체들도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와 같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기계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같은 사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산업은 20여년 전만 해도 ‘헝그리정신’ ‘도전정신’이 상징처럼 여겨졌다. 지하 단칸방에서 라면을 먹어가며 밤새도록 일을 한 한 1세대들이 갖은 역경을 헤쳐나간 끝에 결국 게임개발에 성공하고 그 게임이 빅히트를 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는 과거로 끝나야 한다. 물론 지금도 젊은 혈기가 들끓는 많은 청년들이 지하실이나 단칸 벤처사무실에서 꿈을 위해 불철주야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 그들이 자발적으로 이처럼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 케이스를 마치 모두가 그래야하는 것처럼 보편화 시킬 수는 없다. 직원 수가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달한다면 이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직원들의 열정만을 요구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장 창의적이고 자유로워야 할 게임업계가 가장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성공한 작품을 모방해서 하루라도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게임산업의 트렌드가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온 이후 단시일 내에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남들보다 먼저 눈에 띄고 과금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비슷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개발자들은 단순 노동자처럼 똑같은 작품을 남들보다 빨리 만들어내기 위해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개개인의 창의력과 애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미국기업인 구글이나 블리자드를 다녀온 사람들은 두 기업의 경영마인드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는 한다. 이들 기업은 우리의 개념으로는 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의 창의력과 자유의지가 가장 중요시되고 그 가운데 분명한 책임과 권한이 부여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세계 최고의 서비스와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을 서울대 교수로 초빙해서 그들의 앞선 지식을 습득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큰 결심을 하고 우리나라를 찾아온 초빙교수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자 대부분 큰 실망감을 나타내며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바로 우리들의 경직된 교육 시스템 때문이었다. 대학이야 말로 자유롭고 자발적인 학문이 연구되고 가르쳐져야 될 곳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계는 도제식의 권위주의와 상명하복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다 보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문연구에 몰두해온 외국 교수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우리 게임업계도 이러한 과거의 잔재들이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전통적인 조직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할 것은 바꿔야 한다.

게임업체는 정신노동자들로 이뤄진 집단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육체노동자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섬세하고 치밀한 일을 하다보면 육체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게임업계 오너와 임원들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을 배려하는 심리상담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다면 최근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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