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라인이 문체부 좌지우지…혁명에 가깝도록 조직 개혁해야

박 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발표한 4대 국정 기조는 문화융성과 경제부흥 국민행복, 평화 통일 기반 구축 등이었다. 이 가운데 문화융성이란 테마를 국정 기조에 포함시킨 것은 6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박근혜 정부가 처음이다. 시대의 흐름이 그랬기도 했지만 보수적 성향이 짙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서기로 한데 대해 많은 문화 산업계 인사들은 새 세상을 맞이하는 것처럼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 진룡 전 차관이 임명됐다. 유 장관은 역대 문화부(문체부) 관리 가운데 가장 뛰어난 행정 수완을 보인 전문 관료로, 그의 발탁에 대해 문화산업계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 장관의 행보는 전임 장관의 그 것과 바로 비교 대상이 됐다. 학계 출신의 전임 장관이 느슨하고 산발적인 정책만을 남발하고 있었다면 유 장관은 테크노 크라트(전문관료) 답게 정책의 효율적인 집행과 순위를 꿰뚫고 있었다. 문화산업 벤처를 살리기 위한 로드 맵을 새로 그리는 한편 산하기관의 재정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유 장관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 였다. 그는 장관으로선 유례없는 대통령 면직이란 이름으로 자리에서 쫒겨났다.

유 장관의 면직에 따라 후임은 당연히 관료 출신 아니면 정치 쪽에서 올 것으로 관측됐다. 문화부는 그간 관료-> 정치(문화계 인사 포함)쪽 사람들이 번갈아 맡는 관행적 인사가 있어 왔다. 이를 테면 정치 출신 장관들이 일을 벌려 놓으면 관료 출신 장관들이 바통을 이어 받아 이를 재정비하는 식이었다. 간혹 학계 출신이 장관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럴 땐 대부분 해당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유 장관 후임은 예상외의 인물이 발탁됐다. 학계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곳에서 조차 별로 알려진 바 없고 문화산업계에도 몸을 담았다는 데 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대한 인적 정보는 이력서가 전부였다. 그가 최근 구설에 오르고 있는 김 종덕 전 장관이다.

홍 상표 전 한국콘텐츠 진흥원장은 언론계 출신이다. YTN에서 오래 근무를 했고 청와대에 들어가 홍보수석을 역임했다. 그런 그가 진흥원장으로 부임한 것은 청와대를 나온 뒤였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였다. 하지만 홍 원장은 행정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들 보다 낫다는 평을 들을 만큼 한콘진을 다 잘 이끌어 갔다. 해박한 지식으로 문화의 흐름도 잘 읽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뚝심도 보였다. 그에 대해 일각에선 연임이 가능할 거란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 그도 거기서 끝이었다. 임기만료 4개월을 앞두고 그는 물러나야 했다.

홍 원장을 밀어내고 한콘진의 새 수장으로 부임한 이는 이른바 '차은택 라인'의 핵심으로 불리는 송 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였다. 그에 대해 광고 파트에서는 비교적 알려진 인물로 불렸으나 문화산업계에선 거의 존재감이 없는 이력이었다. 그의 부임을 두고 당시 산업계에선 뒷배가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 같은 배경을 반영이라도 하듯 한콘진의 예산은 그의 부임 1년 만에 거의 폭증 세를 나타냈다.

이제 비로서 그 이유가 드러났다. 대학가에서도 거의 무명에 가까운 김 종덕 교수가 어떻게 장관이 됐고, 문화산업계에서는 거의 이름을 듣도 보지도 못한 인사가 어떻게 콘텐츠 산업의 산실인 한콘진의 수장이 됐는지를 이젠 다 알게 됐다.

차 은택의 수법을 보면 대체로 요즘의 조폭 그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 많다. 밖으로 끌어내 때리고 협박하는 고전적인 숫법이 아니라, 아예 자신들이 목표하는 지점을 접수, 허수아비 대표를 내세우고 이들을 통해 싹쓸이 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자신들의 모습은 하나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 점이 있다. 출범 초기부터 괴상하게 시작한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등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고, 최 순실이 지금도 검찰에서 여전히 모르 쇠로 일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해서 거둬 들이고자 했던 정부 돈은 표면적으로만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로 인한 산업계의 피폐가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를 다시 재정비하려면 상당기간의 내부 진통 등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쪽의 폐해는 더 심각하다.

지금 문화부는 장 차관 자리가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져 있으며,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 또한 하나같이 조직 활성화란 이름으로 붙여진 전임 장관의 인사 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전공과 무관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더욱이 대중 문화 예술 분야는 그 중요성에 비춰 볼 때 산업에 대한 인식과 식견이 투철한 인물로 채워져 있어야 하는 데 그 면면을 보면 그렇지가 못하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박 근혜 정부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라고 본다. 정권 출범 초기 혁명적으로 문화 융성이란 단어를 국정 기조에 포함시켜 쓴 것 처럼 문체부의 조직과 체계를 혁명에 가깝도록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 근혜 정부에서 만든 문화 융성 로드 맵 부터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국정을 농단한 최 순실 차 은택이란 이 두 사람으로 인해 대의 명분조차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문화 융성이란 국가적 대 과제가 저잣거리의 노름꾼들로 인해 쓰레기로 전락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족이라고 덮기엔 너무 험한 모습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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