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시장 부활 알리는 기폭제 되길

어디에다 무엇을 심고 열매를 기다리고 거둔다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다. 힘겨워서 중도에 그만 두는 이들이 허다하고, 우연찮게 맞아 떨어져 용으로 비상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례는 말 그대로 가뭄에 콩나기 정도일 뿐이다. 어쨌든 한 우물을 파고 그 곳에서 물을 얻는 다는 것은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에 큰 보탬이 되는 일이다.

한길을 걸으며 성공한 게임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더 그렇다.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회장은 와신상담 끝에 열매를 맺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마지 못해 중국 진출을 꾀한 그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달려 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쓴 잔을 마신 그로서는 절벽 끝에 서 있는 심정이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역전극이 벌어졌다. '크로스파이어'가 그처럼 대 성공을 거둘지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권회장 자신도 몰랐고 국내 게임계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본지는 그 당시 권 회장의 장도를 지켜 보며  그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권회장이 힘겹다며 중도에 이를 포기했다면 어찌 됐을까. 아마도 오늘날의 권혁빈은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다.

이같은 역전의 용사는 또 있다. '오디션'을 선보인 한빛 소프트의 김기영 회장이다. 김 회장도 7전8기의 역사를 갈아 치운 게임계의 맹장이다.  한때 게임산업협회장이란 직함으로 게임계의 일을 맡기도 했지만 그의 놀이 마당은 역시 개발 현장이 아니지 않느냐는 평이 많다.

판을 뒤집어 성공한 인물이 있다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며 이름을 올린 이들도 있다.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 권준모 4:33 이사회 의장, 손승철 엠게임 회장, 게임빌 송병준 사장, 마상소프트 강삼석 대표, 박철우 드래곤 플라이 대표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개발 현장에서 또는 산업계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안타깝게도 유성의 별처럼 사라져간 이들도 있다. 한 고비를 넘기면 될 듯한 순간을 견디지 못한 채 손을 놔버린 케이스다. 아주 가능성이 높은 장르의 개발에 손을 댄 A씨는 고지를 눈 앞에 둔 채 게임개발 현장을 떠났다. A씨가 진행하던 게임을 인수한 B씨가 뒤늦게 이를 완성해 선보였으나 작품 출시 시기가 맞지 않아 흥행시장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이런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게임계의 발전을 위해 정신적, 물질적으로 헌신해 온 이들을 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다. 김택진 대표는 드러내는 걸 매우 싫어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혜를 입은 이들이 상당하다. 김영만 회장은 게임계의 산 증인이다. 그는 특히 거룩한 소비를 강조한 인물이기도 했다. 돈이 되지 않는 곳이지만 게임 산업과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곳이라면  아낌없이 자신의 재물을 헌신하는 '낭비벽'을 보여줬다.

국내 유일의 게임 산업 전문지 더게임스가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을 제정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 게임계는 '바다이야기'사태의 여파로 온 몸이 갈라지고 찢겨진 상처 투성이의 모습이었다. 제도권,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가히 게임계를 탄압한다 할 정도로 시시콜콜 참견했고, 정치권도 마치 한 건 올리듯 가혹한 채찍질을 해 댔다. 게임계가 배겨날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업체가 망가지고 게임인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할 만큼 주변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 제정은 이같은 게임 계의 현실을 극복하고, 게임 계를 위해 보이지 않게  헌신해 온 이들의 이름을 보듬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우물에서 우물 물을 본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 이든  그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게임 산업을 부양하고 게임 문화를 지키기 위한 자구수단이 절실했고, 무엇보다 자존감과 자긍심을  심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가지 않아 게임시장은 기지개를 켰고 부활했다.

더게임스가 회사 재정난으로 인해 몇 년 간 시상식을 중단해 온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 시상식을 올해 다시 재개키로 결정한 것은  당시 '바다이야기'사태 이후의 게임산업계와 지금이 매우 닮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수가 절벽이고 이웃 살던 게임인들의 그림자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빼 닮아 있다. 그렇다. 게임산업이 또다시 망망대해에서 목적지를 잃은 채 넉 놓고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겸양보다는 드러내 보이며, 게임인들의 일거 수 잍투 족에 의미를 살펴보는 등 위무를 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런 작은 불꽃들이 모여 큰 불을 일으켜 게임 산업을 바로 세우리라고 그리 생각했다.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 시상식 재개 방침이 게임산업계는 물론 게임시장의 부활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지난 2007년 그 때 처럼 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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