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못지 않은 고사양이 대세
 시장 선점한 유니티에 언리얼 맹추격…제품보단 개발진 역량이 향배 갈라

 

최근 모바일게임 퀄리티가 과거 온라인게임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지면서 이를 개발하는 환경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게임 개발 엔진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유니티, 언리얼 등 게임엔진 업체들의 고사양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게임의 개발엔진은 저렴하면서도 사용이 간편한 유니티엔진이 선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들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온라인게임 엔진으로 강세를 보였던 언리얼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판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비롯한 다수의 대형 작품 개발에 언리얼 엔진4를 채택해 이목을 끌고 있다. 언리얼 엔진의 경쟁자로 꼽히는 유니티 역시 이에 못지않은 대작이 등장해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대형 온라인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한 소규모 신생 업체들이 다수 등장하며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특히 두세 명이 모여 단기간에 만든 작품이 큰 인기를 끌며 시장의 지각변동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또 소수의 인력으로 구성된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캐주얼 장르 신작이 범람함에 따라 단기간에 트렌드를 좇아갈 수 있는 개발 환경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니티는 모바일게임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전부터 범용성과 플랫폼 확대 편의성 등이 강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시장 생태계에 가장 적합한 게임 엔진으로 주목을 받으며 저변을 크게 넓혀갔다.

반면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모바일 기기의 사양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과거 온라인게임과 비견되는 게임성 구현이 가능한 기반이 조성되기 시작하며 실시간 액션 RPG 등을 통해 언리얼 엔진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었다.

# 쉽고 간단한 유니티 기세 등등
유니티는 누구나 쉽게 접근 및 습득이 가능하고 단기간에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리얼의 경우 이에 비해 보다 심화된 역량이 요구되지만 액션 RPG 장르나 규모가 큰 작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채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과거 작품 개발 규모가 작은 캐주얼 장르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유니티의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론 최근 대형 RPG 장르의 수가 크게 늘며 이와 부합하는 언리얼의 공세가 거세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기를 끄는 작품은 개발 역량의 차이로 결정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사실상 최근 대중적 흥행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나타낸 작품이나 시장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작들의 경우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편이다. 물론 유니티 역시 만만치 않은 기대작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에 섣불리 우위를 점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언리얼 엔진은 지난 2014년 액션스퀘어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유통한 ‘블레이드’의 성공으로 그 위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리얼 엔진3가 사용된 이 작품은 7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비롯해 누적 매출 14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액션스퀘어는 이 작품의 후속작 ‘블레이드2’를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해 개발 중이다. 특히 최근 플레이 영상이 공개돼 유저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블레이드’가 모바일게임 주요 마켓 순위 1위를 차지한 이후 액션 RPG 시장은 점차 본격화되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특히 넷마블게임즈가 지난해 유니티 엔진 기반의 액션 RPG ‘레이븐’을 선보이며 시장의 흐름이 크게 뒤집히게 됐다.

# 언리얼 '블레이드'통해 급부상
‘레이븐’은 당시 론칭 5일 만에 주요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흥행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액션 RPG 시장이 본격화됐으나 어느 한쪽의 절대 우위가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언리얼 엔진의 ‘블레이드’의 강세가 이어졌으나 넷마블의 ‘레이븐’을 비롯해 썸에이지가 개발한 ‘영웅’ 등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작품들이 이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언리얼 엔진3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다수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으나 국내에서는 ‘블레이드’ 이후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꼽기 어려운 편이다.

이는 언리얼 엔진3까지는 모바일게임 개발 환경에 보다 많은 역량이 요구된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디 게임 업체들의 성공 사례를 다수 보유한 유니티에 비하면 언리얼의 초기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넷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액션 RPG ‘히트’를 통해 언리얼 엔진4의 위력을 과시해 분위기가 달라지게 됐다. ‘히트’가 기존 경쟁작들을 단숨에 추월하며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함에 따라 언리얼 엔진의 저변 확대가 점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히트’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불칸 API를 적용하며 최적화 등 성능의 발전을 알리는 적극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모바일게임 역시 점차 고도화된 기술력이 요구되는 시대를 맞이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레볼루션’뿐만 아니라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신작을 다수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블레이드&소울’ ‘리니지’ 등 기존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작품을 비롯해 액션 RPG ‘나이트 오브 워(N.O.W)’ 역시 언리얼 엔진4 기반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또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역시 ‘이카루스’의 모바일 버전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원작의 비행 전투를 모바일로 구현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게임빌과 엑스엘게임즈가 함께 준비 중인 ‘아키에이지: 비긴즈’도 언리얼 엔진4를 채택, 원작의 게임성이 재현될 예정이다.

이처럼 언리얼 기반의 신작은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대작 개발에 선호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대형 MMORPG를 모바일로 구현할 때 보다 적합하다는 평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니티 역시 기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확보한 점유율을 쉽게 내놓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팩토리얼게임즈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서비스하는 ‘로스트 킹덤’은 유니티 엔진 기반의 대형 RPG 개발력을 과시하는 사례가 됐다.

이 작품은 지난해 할리우드 스타 올랜도 블룸을 모델로 앞세운 가운데 ‘지스타 2015’에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또 매출 순위 상위권에 안착하는 흥행 성적까지 거둬 유니티가 대작 경쟁에서 반격을 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임빌은 앞서 ‘아키에이지’의 경우 언리얼을 채택하기도 했으나 유니티를 통한 대작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특히 내년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인 MMORPG ‘로열 블러드’는 유니티와 협력해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유니티와 언리얼은 서로 모바일게임 시장 진화에 부합하는 엔진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업체들 역시 이에 부응하듯 각각의 엔진에서 대형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 엔진성능은 거기서 거기?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떤 엔진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은 개발 역량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단순히 엔진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향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편 게임업체들이 상용 엔진을 통해 시장에서 작품을 흥행시키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언리얼, 유니티뿐만 아니라 다른 엔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이 대규모로 발전함에 따라 네트워크 환경을 관리하는 서버 엔진 역시 더욱 중요시됐다는 것이다.

특히 넷텐션은 서버 엔진 ‘프라우드 넷’을 통해 이목을 끌어왔으며 모바일 시장에도 이를 적극 대응하며 저변을 넓혀왔다. 넷마블게임즈의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등 RPG 장르 시대의 문을 열었던 히트작을 비롯해 ‘레이븐’ 등 대형 액션 RPG까지 지원하며 서버 엔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만큼 향후 지속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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