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모래알 같은 분위기…사람을 잃게 만드는 원인 돼

[모인의 게임의 법칙] 산업의 업종과 업태에 따라 그 곳에 종사하는 이들의 기질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속하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 그리고 게임 등에 종사하는 이들의 기질을 보면 상당히 닮은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이한 면이 의외로 많다.

영화쪽 사람들의 기질을 들여다보면 스타 의식이 다분하다. 팬들을 의식해서 인지 세상 돌아가는 여론에 민감하다. 스텝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 스타 의식이 장인 정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와는 제작 풍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자기 영역을 침범하려 들면 그대로 거센 기질이 드러난다.

영화의 대중화를 이끈 프로테이프 제작사의 기질은 대기업 그들의 모습과 상당히 빼 닮아 있다. 영화 쪽 일을 들여다 보면서도 태생적으로는 대기업  출신들이 참여해 만든 회사여서인지 대기업 기업 문화를 수용한 편이었다. 업무처리 능력이 깔끔하고, 각종 사회 정보에 민감하며 엘리트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기질이 특징이다.

음악계 사람들은 전형적인 대중 예술인의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한눈에 봐도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알 정도다. 또 풍류를 즐기고, 그 흐름의 줄기를 알기 때문에 상대의 끼를 존중하지만 그 도가 지나친 경우 상대와 얼굴을 붉히는 일을 자주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크고 작은 일들이 많고 말도 많은 곳이 다름아닌 바로 음악계다.  

하지만 이들의 기질의 공통점을 보면 예술을 즐기며 이를 완성한다는 데 자긍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과의 끈을 놓치 않으려 하고 이를 예술을 완성하기 위한 또 다른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문화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섭섭하다 할 정도로 떨어져 있지도 않는다. 곧 대중 예술은 사람과 그 사람과의 관계 및  또다른 관계의 형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산업 역사가 일천한 게임계의 기질에 대해  흔히들 바닷가의 모래알에 곧잘 비유한다. 아무리 손을 써도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뭉치지 않는다는 뜻에서다.

일각에서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앞뒤 좌우를 살펴 보지 않는 탓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비즈니스 퍼포먼스 (경영성과) 또는 게임 사업 특유의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설득력이 다소 약하다는 게  대중 문화계 안팎의 지적이다. 특히 이럴 경우 제도권 또는 사회와 더더욱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데 게임계는 도무지 그런 액션(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산업계는 이를 게임계의 그 가벼운 비트(bit) 기질 때문이라고 깎아 내린다. 비트는 컴퓨터 정보량의 기본 단위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인 풋과 아웃 풋의 값에만 매달린다는 다소 차갑고 냉철한 의미의 단어를 뜻한다 볼 수 있다. 즉 시대적 상황과 산업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믿고 신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확장성과 폭발력을 기대한다. 매우 이율 배반적인 비즈니스와 사고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정리하면 비트 기질의 특질은 이렇다. 책임질 행동을 하지 않으며, 넣는 만큼 반드시 결과의 값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또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 리더십을 얘기하고, 상식과 보편적 관행보다는 법과 질서를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여기에서 예외로 적용 받기를 원하며 표면적인 것과는 달리 수직적인 보스 기질이 강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기질은 논란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세상은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되는 셈법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계가 하나의 게임으로 수천억을 벌어 들이듯 세상의 셈법은 알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이다. 흥행 사업은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 대해서는 넉넉한 데이터를 입력하며 희희낙락하면서 밖으로는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며 법과 원칙을 운운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이를 어찌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겠는가.

이같은 기질은 결국 사람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임계가 상대적으로 많은 송사로 몸살을 앓고 있고, 그 것도 아주 가까운 이웃 친구들과 빚어지는 것과 결단코 무관하다 할 수 없다. 그 싸디 싼 비트의 기질로 인해 산업계가 외로운 섬처럼 제도권과 등을 대고 고립돼 가고 있는 것이다. 언필칭 사람을 잃고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춘추 전국 시대의 항우는 힘과 능력이 없어서 라이벌 유방에게 패망한 게 아니었다. 그는 부덕과  오만함으로 사람을 잃었고, 그로 인해 패권 경쟁에서 도태된 것이다.

최근 게임계의 침체된 모습과 함께 산업에 병풍 역을 맡아 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혹 게임계의 비트 기질로  게임계에 우호적인 지우들을 놓치고 산 게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사람을 잃고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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