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순간 무절제한 행동…제도권 무시하는 마인드 바꿔야

게임계 CEO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그만큼 게임계와 제도권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구설에 오른 김 정주 넥슨 회장의 비리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몇해 전 A 게임업체 B 사장은 카지노의 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마카오를 자주 드나들다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자주 방문하긴 했지만 판돈 액수가 그다지 크지 않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사장은 정작 다른 사건으로 검찰에 불려가고 말았다. 이른바 해외 원정 골프 도박 사건이었다. B사장은  실형은 피했지만 회사 안팎으로 망신살이 뻗쳤음은 물론이다.

C업체 D사장은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현지에 대저택을 구입했다. 명목상은 현지 법인용이었지만 실은 자신의 가족들이 머물 집을 마련한 것이었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출장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으로 출장을 나왔다. 대부분의 업무는 e메일로 처리했고, 회사는 대리인에게 맡긴 채 자신은 자녀 교육에만 매달렸다.

이같은 게임계 CEO들의 황당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투자를 받자마자 국산 차를 최고급 외제 차로바꾼다든지,  강북의 아파트 집을 강남의 맨션으로 옮겼다는 등의 얘기는  애교 수준에 가깝다. 그나마  이같은 구설수들이야 사적인 범주 안에 속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일단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게임계의 일부 CEO들의 일탈 행위는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공적인 부문까지 미치고,  끝내는 이로 인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까지 안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짜배기 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 E사는 외국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해마다 수백억의 사내 유보 금을 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사내 유보 금이  적어도 3천~4천억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재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나름대로 현업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거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몇몇 벤처기업과 스타트 업에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실속이 없자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않는 등 손을 떼 버렸다.

이같은 예는 잘 나가는 F사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엄청난 영업 이익을 거두면서 곳간에 쌀을 산처럼  쌓아 두면서 산업 인프라를 위한 자금 조성에는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다. 이 회사는 오로지 잘 나가는 게임에 대한 소싱과 부동산 투자 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하나같은 공통점은 딱 한가지, 오직 돈을 버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남이 뭐라 하든 자신만 배부르면 그만이란 식으로 사는 것이다. 자신에겐 엄청나게 관대하면서 타인에겐 인색한 전형적인 게임계 CEO의 그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산업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도 없다. 산업의  도로가 패이고 침수가 되어도 그건 단지 나의 일이 아닌 너의 일인 것 뿐이다.

2016년 9월,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지금  가쁜 숨을 내뱉으며 마지못해 굴러가는 까닭이다. 온라인게임업계를 있게 한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자신들은 그렇게 힘겨워 하면서도 정부의 공업기반 기술과제 자금을 온라인게임업계에 넘겨줬다. 시대를 내다보고 그렇게 하는 게 옳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선 아케이드 게임업계에 대해 마치 뭐 보 듯 하지만  당시 시대를 이끌던 아케이드게임업계 원로들은 오늘날, 일부 온라인게임업체들이 보여주는 그 행태 처럼 모럴 해저드에 빠져 허우적 거리지는 않았다. 가난했지만 내일을 내다보며 후진들을 위해 투자를 했다.  그 바탕이 지금의 온라인 게임시장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게임계 CEO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논란은 일부 게임업체들에 국한된 얘기처럼 들리지만 실은 게임계 전반에 걸쳐 퍼져 있다는 점이다.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런 약점을 안고 있으니까 어려워도 누구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김 정주 넥슨 회장은 사업은 잘했지만 제도권 정서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제도권을 무시했다. 잘난 사람 끼리 그냥 그렇게 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데로만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시장에서는 클릭 수가 전부였을 지 몰라도 게임계로 대별되는 산업계에서는 그것 만으론 먹혀 들지 않는지 그는 몰랐다.

상당수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돈 되는 시장만 바라보고 있다. 산업과 인프라 조성에는 무신경한 편이 아니라 내 알바가 아닌 것이다.  하다 보니 산업 예산이란 게 해당 직원 임금만 책정해 놓은 게 전부다.   

하지만 산업은 그 잘난 돈만 오고 가는 그런 속된 장터의 기능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시대가 있고 역사가 있으며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적어도 시대적 소명이란 거창한 수식어는 제쳐 두고서라도 최소한의 의무는 해야 하는 게  바로 이곳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자신들의 배만 두드리고 있다는 건 무책임을 넘어서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산업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그런 배우지 못한  짓도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이런 껍데기들은 산업에서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범주에 속해 있는 게임업체들이 모바일 게임 시대로 바뀌면서 더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그냥 지켜만 보고만  있다.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게임판인가. 정말 걱정이 태산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