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히트작이 스크린 점령…오픈마켓 현실도 영화계와 유사

국내 문화산업의 대표적인 얼굴마담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산업은 지난 2001년 ‘친구’의 흥행을 시작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다양한 지역에서 영화를 제공하는 멀티플렉스관의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매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등장하는 등 영화산업의 규모는 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 역시 이런 찬란한 빛 뒤로 어두운 면이 적잖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흥행영화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스크린 독점 문제가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영관은 관객 점유율과 예매 수요 등을 이유로 흥행 영화의 상영관을 하루에 2~3개 이상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많으면 5개, 심할 경우에는 8개까지 확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관객이 몰리는 황금 시간대(평일 저녁 7시, 주말 오후 및 저녁)에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는데, 하나의 영화를 동시간대 4~5개 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상황도 벌어지면서 영화 선택의 폭 자체를 좁혀버리고 있다. 평균 하루에 6~8개의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1~3개의 영화가 영화관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작년 개봉 이후 한국 영화계의 기록을 새롭게 쓴 ‘명량’ 역시 17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뒤에는 이런 스크린 독점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관객 점유율 85%라는 기록적인 수치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해당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동일 기간 동안 개봉했던 영화들이 흥행 등과 관련해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던 것을 보면 영향이 없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국내 영화의 보호 및 활로개척을 위해 스크린 쿼터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메가 히트하는 상영작이 등장할 경우 상영 시간이 조조 혹은 밤 늦은 시간으로 조정이 되면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런 영화계의 상황을 지켜보며, 필자는 게임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바일 오픈마켓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은 영화계의 스크린 독점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형국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 모바일 게임은 누구나 게임을 개발하고, 오픈마켓에 빠르게 올려 글로벌 단위로 사용자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매출의 대부분이 대기업 모바일게임에서 나올 정도로 시장이 편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저가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순위 부분에 있어서도 대기업 게임들이 인기순위와 매출순위 등을 도배하다시피 해 새롭게 출시하는 독창적인 작품들에 대한 노출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물론 애플과 구글 모두 직접 메인 페이지를 통해 독창적인 요소를 탑재한 게임이나 인디 게임을 노출시키고는 있지만, 실적 개선 등에 있어서는 대기업의 물량공세를 쫓아갈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이런 상황 자체가 대기업들의 물량공세와 더불어 유저들의 선택과 결제의 결과로 이어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광고와 프로모션을 기반으로 시장의 주류가 된 그들과 경쟁을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는 순위 조작을 위해 중국의 대행 서비스를 의뢰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어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오픈마켓 시장에 있어 스크린 쿼터제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모바일 오픈마켓의 초반 취지를 유지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이미 레드오션화 되어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유일하게 남은 장점이 누구나 게임을 개발하고 마켓에 올릴 수 있다는 점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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