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부모선택제' 효과 미미…이제라도 인식전환해야 따라잡아

최근 여성가족부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하여 ‘부모 선택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언론이 이를 두고 셧다운제의 폐지라며 반겼다. 그러나 사실은 부모선택제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 중독 예방과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이류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연구조사 결과, 시행 효과는 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청소년의 수면 부족은 공교육 시간과 사교육 시간이 과도하게 많아서 나타났다고 한다. 한국의 과도한 교육 투입시간이 문제인 것이다. 교육 시간이 교육 선진국의 3배 이상이 된다고 하니 청소년들이 건전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이다. 국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인간은 어렸을 때 충분히 놀아야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진다는 선진국들의 철학적 기반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이번 게임 셧다운제의 폐지 예고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고 볼 수 있다. 반드시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이미 게임산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성장률이 위축되고 시장 규모도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너무 늦긴 했지만 게임 산업이 고사되기 직전에 링거병을 꽂아준 척하지만, 게임업계의 반응은 냉랭할 뿐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부모 선택제는 부모가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임의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침체된 게임업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엔 역부족이고 오히려 게임 산업에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미 태국과 중국에서 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하여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폐지한 사례를 알고도 굳이 도입한 것은 청소년들을 어른들이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비합리성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계에서는 잘못된 정책의 폐지에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게임 산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 듯하다.

그러는 와중에 최근 포켓몬고의 세계적 열풍은 한국에서도 포켓몬고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는 공식 서비스가 되지도 않았는데, 속초에서만 된다는 소문에 속초행 고속버스표가 매진되고 속초는 갑작스런 관광 인파로 들끓었고, 포켓몬고 대리사냥 알바가 생겨나는가 하면 포켓몬고 전용 택시도 선을 보였다. 그러자 언론은 서로 앞다투어 매일 포켓몬고 열풍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주가가 치솟는가 하면, 우리는 왜 이런 게임을 못 만드는 것인가? 안 만드는 것인가? 에 핏대를 올린다. 포켓몬고 열풍 때문에 게임셧다운제 폐지가 나왔다는 사람도 있고, 미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보다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대세라고 하고, 머지 않아 ‘뽀로로고’도 나올 것이라 예측했다.

한 네티즌은 이러한 신드롬에 앞으로 나올 정부의 뻔한 대책이라며 다음과 같이 풍자했다. 우선 청와대가 미래부·국토부 등 관련 부처에 포켓몬 고 국내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다. 곧 ‘한국형 포켓몬 고’ 개발을 위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산업 집중 육성 방안을 발표한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1년 뒤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 가상현실, 증강현실 산업, 수백억 예산 어디로 갔나’란 비판이 나온다.

이런 풍자가 나오게 된 배경은 이명박 대통령이 ‘명텐도’를 얘기하자 되지도 않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흐지부지되었고, 최근 알파고 신드롬에 우리도 인공지능을 개발하자며 내놓은 정책들이 장기적인 연구개발 전략 없이 그저 뚝딱 하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내놓은 인기 영합적인 정책들이었기 때문이다.

포켓몬고가 나올 수 있던 배경은 일본의 뿌리 깊은 요괴 문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다양한 상품화까지 언제나 원소스멀티유스(OSMU)를 전략적으로 고려하고, 타 산업과 융합하기에 충분히 성공적인 지적재산권(IP)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닌텐도가 구글 자회사인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앤틱에 투자까지 하면서 장기적 포석을 두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낙담만 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게임에 대한 문화적 인식 전환, 게임의 타 분야에서의 활용, 융합 콘텐츠 개발 육성, 관련 학과 육성 노력 등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이 노력들이 하나씩 축적된다면 조만간 우리도 세계를 휘어잡을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윤형섭 상명대 대학원 교수 quesera21@daum.net]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