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지금도 현역으로

시장 개척하며 문화조성....업계 전체의 '축제의 장' 불발 아쉬움

1세대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가 20주년을 맞았다. 이 작품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초창기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서비스를 이어나갈 예정이어서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을 개발한 넥슨(대표 박지원)은 이 이 작품의 서비스 2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작품은 회사의 첫 온라인게임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오래도록 서비스되고 있는 상용 온라인 게임이라는 점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다. 이 작품과 비교될 만한 작품으로는 EA의 ‘울티마온라인’이 있지만 이미 서비스를 중단했다.

넥슨은 2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유저간담회 뿐만 아니라 향후 업데이트 소식 등을 밝히며 현역 작품으로서의 건재한 모습을 과시했다. 그러나 한국 온라인게임의 자존심이며 지금의 넥슨을 있도록 만든 작품의 서비스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치고는 너무 초라한 것 아니었냐는 아쉬운 반응도 있다. 한 작품의 20주년으로서가 아니라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점에서 회사 차원이 아닌 게임업계 전체가 기획하고 참여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바람의나라’ 20주년 행사의 테마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였다. 이 작품은 이미 지난 2011년 최장수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만큼 긴 세월동안 서비스가 이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996년 작품의 동시접속자 9명으로 시작했던 시절부터 2016년 누적 가입자 수 2300만명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이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와 역사로 자리 잡았음을 주지시켰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작품의 역사를 되짚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선 마지막 직업 업데이트 5년여 만에 신규 캐릭터 마도사를 선보였으며 새로운 지역과 시스템, 구 버전 클래식 월드 등을 공개해 최고참 상용 온라인 게임으로서의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회사는 그동안 ‘바람의나라’에 매년 평균 5회의 주요 업데이트를 적용했으며 약 100회의 이벤트, 50회의 보조 콘텐츠 추가 및 개편을 실시해왔다. 또 2~3년 단위로 인트로 버전을 바꾸는 등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년간 작품의 서비스가 이어진 것은 작품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게임시장에 모범적인 해법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넥슨은 이날 행사에선 3D로 제작된 작품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바람의나라’ 박웅석 디렉터는 “이 영상은 앞으로도 다양한 것을 서비스해드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을 통해 지속적인 서비스와 업데이트 의지를 밝혔고 작품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취시켰다. 더욱이 이날 행사에선 작품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아트 전시회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공연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여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역사에 큰 의미를 갖는 기념비적 행사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단순히 ‘바람의 나라’ 유저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게임업계 전체가 축하고 즐기는 축제의 자리가 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유저뿐만 아니라 정부와 학계, 문화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는 창업주인 김정주 NXC회장의 검찰 조사 등 불미스러운 일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를 떠나서 게임산업협회 등이 보다 적극 나서서 분위기를 조성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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