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IP파워에 AR(증강현실) 접목 ‘대박’

 오랜 기간 축적된 인지도 힘입어…오픈마켓 매출 순위 힙쓸어

 

 최근 모바일 게임분야에 있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역시 증강현실(AR) 시스템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GO’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초 출시 이후 현재까지 출시국가의 매출순위를 석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포켓몬GO’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국내 업계에서도 ‘제2의 포켓몬GO’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차별적인 AR게임 개발은 오히려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단순한 기술 활용 게임이 아닌 유저풀이 충분한 판권(IP)과의 연계를 통한 작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켓몬GO’는 사용자의 위치기반 정보와 AR시스템을 결합한 모바일 게임이다.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포켓몬이 등장하고, 유저는 화면에 등장하는 포켓몬에게 몬스터볼을 던져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다. 여기에 일정 거리를 이동해야만 알을 부화시킬 수 있는 부화 시스템이나 특정 지역에 도착하면 포켓볼 등을 획득할 수 있는 ‘포켓스탑’ 시스템 등 다양한 위치 기반 시스템이 더해져 게임의 볼륨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포켓몬GO’의 인기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국가에서는 오픈마켓 매출 순위를 석권하고 있으며, 정식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고 있는 국내에서도 속초가 게임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몰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술 자체는 이미 상용화

사실 AR기술의 기반은 가상현실(VR) 기술과 마찬가지로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던 기술이다. AR기술의 수준은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만 있다면 AR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추가로 별도의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AR 프로그램 구축에 있어서도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툴이 이미 공개돼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실제로 군사 분야에서는 전투기와 헬기 등 전문분야에서 전방위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며 민간에서도 자동차 내에 탑재되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를 시작으로 구글의 ‘구글 글래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랜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HUD의 경우 최근 자동차 등 교통수단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AR기술이 사용 중에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AR 기술 역시 이미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시기 이미 완성형 단계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새롭게 시장에서 등장하면서 AR 기술은 자연스럽게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구축이 가능하게 됐고 스마트폰 내 탑재돼 있는 카메라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AR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실제로 AR기술이 스마트폰 시장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AR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였던 위치 기반 정보의 연계와 카메라를 통해 보는 화면과의 믹싱, 그리고 원활한 앱 구동 등이 이전까지 스마트폰에서는 버거웠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고사양 스마트폰이 시장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원활한 AR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고 하나 둘 AR기술만의 특징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AR기술은 게임보다 정보 전달 및 안내에 특화돼 연구가 진행돼 오던 기술이다. AR의 개발 자체가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을 위한 니즈에서 시작이 된 것이기 때문에 정보 전달이 아닌 오락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AR기술의 사용 예를 완전히 바꿔버린 ‘포켓몬GO’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이 닌텐도의 진정한 혁신이라는 찬사를 내놓고 있다.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 도전한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에 ‘포켓몬GO’를 통해 인식 자체를 바꿔놨기 때문이다.

# 우연의 산물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는 단순히 모바일 게임 시장 도전 1년 만에 만들어 낸 우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의 위치기반 정보와 AR 기술을 접목시키고, 여기에 ‘포켓몬스터’라는 IP를 더하는 작업이 단순히 경영 마인드 변화만으로 나타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임 흥행의 핵심에는 게임 개발업체인 나이언틱(대표 존 행크)이 있다. 이 회사는 구글의 소규모 개발부서로 시작해 독립 이후 2012년 AR 기반 모바일 땅따먹기 게임 ‘인그레스’를 성공시키며 AR게임 관련 원탑 업체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존 행크의 경우 구글과 협력하며 막대한 양의 지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했고, 이 부분이 자연스럽게 AR게임 개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나이언틱의 독립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해 나이언틱이 구글에서 독립할 때 구글의 투자를 받은 것과 함께 정보 공개가 되지 않은 기업의 투자를 같이 받았는데, 이 업체가 ‘포켓몬스터’의 IP를 관리하는 포켓몬컴퍼니였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즉, 닌텐도는 모바일 게임으로 플랫폼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 이미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었고, 게임 개발 역시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닌텐도는 ‘포켓몬GO’ 출시 이전에도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한 AR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대표적인 게임이 지난 2009년 출시했던 ‘포켓워커’와 2012년 출시했던 3DS 전용 타이틀 ‘포켓몬AR 서처’가 그것이다. 대중화된 플랫폼으로 활용된 예가 아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AR게임에 대한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여러 면에서 활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체계적진 노하우와 준비가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 핵심은 IP 파워

여기에 ‘포켓몬스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IP 파워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포켓몬스터’는 지난 1996년 닌텐도 게임보이로 발매된 타이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산업 등 다방면에 걸쳐 20년 동안 프랜차이즈를 이어오고 있는 빅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미 포켓몬스터 관련 글로벌 총 매출은 42조 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포켓몬GO의 인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포켓몬GO’의 흥행은 포켓몬스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IP의 인기에 AR게임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게임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켓몬GO’의 게임성을 냉정하게 보면 흥미를 가지게 하는 AR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다. AR과 위치 기반을 활용한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은 인그레스의 시스템에서 달라진 것이 없으며 기존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다양한 게임성이 대부분 빠진 채 게임이 구성돼 있어 게임 자체적인 성과로는 평균 이하의 게임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과거부터 떠올렸던 ‘실제로 포켓몬을 잡을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에 대한 부분을 AR 기술을 통해 구현해 재미요소를 대체해 포켓몬GO는 돌풍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신만의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고 유저와 대전을 펼치며,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포켓몬 관장과의 도전을 통해 경쟁분야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유저들이 스스로 게임의 재미를 찾아가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AR게임의 경우 국내에서도 충분히 기술적인 부분은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AR기반 게임을 만드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포켓몬GO’와 같은 글로벌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보다도 IP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며 “사용자가 게임에 빠져들 수 있을 정도의 게임성이 아닌 이상에야 IP와의 시너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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