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진흥계획'을 밝히고 이 같은 일환 중 하나로 과몰입을 예방하고 소비자 권리를 지키는 '게임이용자보호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출범식.

게임인식에 대한  새 패러다임 제시

종전 산업.사회 등 이분법으로 나눠온 정책 통합…전시행정으로 그칠 가능성도

 

정부가 게임문화를 본격적으로 진흥해나가겠다고 밝혀 향후 전개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임은 그동안 산업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에서만 주로 언급돼 왔다. 산업적으로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출을 달성하는 효자로, 사회적으로는 청소년들의 과몰입과 성인들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원흉으로 지목돼 있다.

이렇다보니 게임을 보는 국민들의 인식은 동전의 양면처럼 극단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게임문화’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산업과 사회를 아울러 통합시킨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게임문화 진흥사업 역시 과거의 게임산업 진흥사업과 마찬가지로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게임문화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진흥계획’을 내세워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분위기를 조성해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편이다.

정부는 게임문화 기반 조성뿐만 아니라 과몰입에 대한 예방과 치료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의도로 ‘셧다운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지는 등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게임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마이스터 고등학교’ 설립, 진흥 방향과 전략 수립을 위한 ‘게임문화진흥포럼’ 운영, 과몰입을 예방하고 소비자 권리를 지키는 ‘이용자보호센터’ 확대 등을 2020년까지 추진키로 했다. 또 485억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민관이 협력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4년 게임산업 중·장기 진흥계획(피카소프로젝트)을 발표하며 2019년까지 최소 2300억 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며 단계별 게임 산업 진흥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차세대 게임콘텐츠 육성, 게임 산업 규제 완화, 해외시장 진출 확대 및 산업 지속성장 기반 구축 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이번 ‘게임문화진흥계획’ 역시 이 같은 정부 정책을 확장시켜나가는 행보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보편적 여가문화로써 게임에 대한 소통과 공감을 정부가 이끌어간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볼만하다는 것이다.

# 청소년․부모간 인식차이 '여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게임이용자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국민(19~35세) 74.5%, 10대의 약 91%, 20대의 약 87%가 게임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은 이처럼 보편적 대중 여가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게임 이용에 대한 경험 부족과 이해의 차이가 나타나며 이용자-비이용자 또는 청소년-학부모 간 인식 격차가 심각하다고 봤다. 또 정책대상으로서 게임 인식 역시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청소년은 게임을 저비용으로 접근 가능한 여가 활동이자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또 게임이 아닌 대안적 활동에 대한 선택이 제한됐다는 점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게임학회 추계 학술집 ‘부모들의 온라인게임 인식 개선을 위한 개입 전략 제안’에 따르면 부모들은 61.7%가 온라인게임을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놀이의 대상(38.3%), 인생의 오점(중독 대상, 22.6%), 공부의 방해물(21.7%), 막연하게 나쁜 것(17.4%)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부모 세대의 경우 유익성보다 유해성에 대해 민감하게 인식하며 게임 이용 경험 부족으로 인해 자녀성적하락, 유해콘텐츠 이용, 자녀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 불신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세대 간 게임 공유 경험 부족 및 이용 격차로 오해와 갈등의 소지 우려가 높은 편이다.

# 여가로서의  문화 조성

이처럼 게임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창조콘텐츠 산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과몰입 및 부작용을 통제해야 하는 부정적 인식도 뿌리가 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가로서의 게임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하는 공감대 형성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두의 게임문화 공감대 형성 ▲게임의 활용 가치 발굴 및 확장 ▲게임문화 제도·지식·생태계 기반 확충 ▲협력형 과몰입 대응 체계 구축 등 4대 분야로 계획을 수립해왔다. 이는 게임 이용의 회피보다는 가치를 발굴해 청소년 창의성 개발과 진로 탐색 지원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진흥 계획은 각 분야별 추진전략에 따른 주요과제를 마련했으며 게임 제작 및 이용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부모, 교사, 학계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함께 참여키로 했다. 또 이를 통해 게임문화의 현재와 미래 지향을 공유하며 문제해결 및 발전방향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첫째로 ‘모두의 게임문화 공감대 형성’은 대상별 게임 이해 및 이용 교육 강화를 통한 ‘게임 리터러시’가 핵심 과제로 설정됐다.

리터러시는 매체 및 대상에서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게임을 둘러싼 환경과 문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게임을 올바르게 이용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또 올해는 게임업계와 학계, 게임문화재단 및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함께하는 민관 합동 게임문화 캠페인을 통해 ‘함께 만드는 게임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계획인 ‘게임의 활용 가치 발굴 및 확장’으로는 자유학기제, 소프트웨어 교육 등 게임 활용 진로 개발을 핵심 과제로 두고 있다. 또 사회적 문제 해결형 게임 개발 및 활용 확산, 게임의 문화예술적 가치 발굴 및 확장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문체부, 교육부, 민간 등이 협력해 방과후 학교(초등학생), 자유학기제(중학생) 등의 연계에 나서기로 했다. 게임 산업 현장 실습 및 관련 직업군을 이해하며 진로 설계 및 커리어 개발 방법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적 진로 교육 및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양성 체계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과 운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밖에 내년에는 코딩 등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교재를 보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게임에 대한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소통과 공감'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부정적 요소 완화도 급선무

세 번째 핵심 과제로는 게임문화에 대한 지식, 제도, 생태계 기반 확충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정책 공동체로 확장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게임문화 포럼’을 연내 구성, 운영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게임문화 진흥을 위한 제도 기반 체계화를 위해 여가부의 협조 아래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개선한다는 방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썩 좋지 못한 편이다.

또 앞서 민간 주도의 자율적 게임등급분류를 확대하도록 게임법을 개정하고 이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점 역시 이번 진흥 계획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등 규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진흥 계획이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밖에 인디게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창의적이고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콘텐츠 개발과 유통 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 특히 시장주도적 게임기업과 중소, 인디업체가 상생하는 생태계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게임문화재단과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업체 등 민관이 협력하는 게임 이용자 보호센터와 원스톱 자율 민원센터를 설립, 운영하며 사후 관리 시스템 체계화하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네 번째 핵심 과제인 사회문화적 관점의 협력형 과몰입 대응 체계 구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는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를 내년까지 기존 4개에서 8개로 확대하는 등 거점 기능의 강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학교, 도서관 등 지역 기반 시설과 연계해 게임문화상담센터를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과몰입 예방·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밖에 게임 이용으로 인한 문제적 현상뿐 아니라 과몰입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사회문화적 환경과 맥락에 대해 다양한 학제 간 협업 연구를 강화해 통합적이고 근본적인 현상 인식과 문제 해결의 기반을 축적하고 공유해 나갈 계획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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