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콘텐츠 분야 집중 육성

내년까지 총 600억원의 자금 투입…일각선 졸속안 될 가능성 지적

 

VR산업은 초기에는 영상 콘텐츠에 한정적으로 집중돼 있었으나 게임분야와 결합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게임분야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혁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속성장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 VR산업의 활용 예는 게임과 영상, 정보 공유와 체험 등으로 나뉘고 있다. 여기에 VR기술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바탕으로 한 결과물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국내가 아니라 해외 시장에 국한된 이야기인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VR기기조차 보기 힘들지만 해외 시장은 활성화된 오픈마켓을 바탕으로 VR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VR산업은 VR하드웨어를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 및 보급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2년 ‘오큘러스 리프트’의 등장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VR분야는 성공적인 하드웨어 출시를 이루어냈고, 동시에 다양한 VR콘텐츠 제작 환경을 조성하면서 다양한 VR콘텐츠가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

# 해외선 이미 대중화 성큼

특히 해외 VR시장은 PC 플랫폼뿐만 아니라 모바일, 콘솔로 확장해 나가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VR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로 대표되는 PC용 기기, ‘폭풍마경’과 ‘VR 360’ ‘기어VR’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 PS VR로 대표되는 콘솔용 기기 등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별도의 추가 기기 없이 VR하드웨어만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 역시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해외 경제 전문가들과 투자 관련 업체들은 VR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받고 있는 관심과 성과가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술 발전 역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골드만삭스는 올해 VR 글로벌 시장이 22억 달러(한화 약 2조 551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025년에는 800억 달러(한화 약 92조)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향후 5년간 글로벌 VR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VR 단말기 등 하드웨어 시장이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 4700억 원),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시장은 500억 달러(한화 약 56조 175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VR시장에 대한 성장 가능성은 새로운 기기와 개념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사용자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장비의 특징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 범부처 차원서 적극 지원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7월 초에 진행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기재부, 미래부, 문체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VR 육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상현실의 핵심 요소로 디바이스, 네트워크, 콘텐츠, 플랫폼을 꼽았다. 그리고 이 중 디바이스와 네트워크는 경쟁력이 있다고 자체 평가를 내렸는데, 디바이스는 VR기기를 발표한 삼성이나 LG가 있고, 네트워크는 5G로 대표되는 초고속 네트워크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약하다고 평가된 부분은 콘텐츠와 플랫폼이다. 경쟁력 있는 VR 콘텐츠와 이를 전달할 국산 플랫폼이 없기에 이 부분을 키우기로 결정,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600억 원(정부 300억, 민간 300억)을 ‘가상현실 선도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가상현실 선도 프로젝트’는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 등 VR 산업 CPND 동반성장 및 플랫폼 선점 추진을 목표로 한다. 올해에는 VR 서비스 플랫폼, VR 게임 체험, VR 테마파크, 다면상영(새로운 영화상영 플랫폼), 교육유통 등 5대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 미래부와 문체부를 중심으로 게임, 영화, 방송, 테마파크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를 비롯해 스포츠 및 관광 분야에 ‘VR 콘텐츠 제작 지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수송, 의료 분야 가상훈련시스템 공통 플랫폼 개발 등 산업 분야 연구개발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상암동에 위치한 디지털미디어시티를 VR 산업 육성 거점으로 조성키로 했다. VR 신생 기업 입주를 지원하고,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한다. 여기에 상암동에 위치한 디지털 파빌리온에 VR 콘텐츠나 연구개발 결과물을 체험할 수 있는 상설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오는 10월 상암 DMC에서 VR 전시회 ‘서울 VR 페스티벌’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VR 투자 촉진에도 힘을 기울인다. 우선 중소 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한 400억 원(2016년 200억, 2017년 200억) 규모의 ‘가상현실 전문펀드’를 조성한다. 여기에 최대 30%에 달하는 세액공제가 주어지는 ‘신성장 R&D 세액공제’ 대상에 ‘VR 기술’을 추가한다. 이 외에도 손쉽게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국산 오픈소스 제작 툴 개발을 지원하고, 어지럼증과 같은 VR 콘텐츠를 즐길 때 인체가 받는 영향을 연구해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법 개정 작업도 전개될 예정이다.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언급된 부분은 우선적으로 ‘게임 자율심의’와 VR 테마파크 놀이기구 이용시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성 검사제도 개선이며,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를 부처간 협조와 조율을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 단기성과에 급급 졸속 우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로젝트 운영 계획 자체가 1년 단위로 너무 단기간이며 시장 형성을 위해선 보다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해외에서 VR산업에 대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취할 것은 취하고 개량할 것은 개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국내에서도 VR관련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한정돼 있거나 VR카페 등과 같은 장소 등으로 제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모바일 디바이스를 제외하고는 국내 정식 출시 일정조차 제대로 조율이 되고 있지 않아 개발자들이 시장 조사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에서는 이미 기기 보급과 함께 VR 전용 오픈마켓을 통해 게임과 관련 콘텐츠가 유통이 되고 있는 만큼,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하드웨어 보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다양한 VR 관련 오픈마켓에 국내 개발자들도 접근을 하거나 창작물을 업로드 할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제대로 된 시장 형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사업 진행과 관련해 너무 많은 정부부처가 관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래부와 문체부가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기재부와 산업부 등 추가적인 정부부처가 이름을 올리는 것은 사업의 규모나 기간을 고려했을 때 과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프로젝트 진행 등과 관련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개한 투자 계획은 방향성이나 금액 면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시간에 쫓기듯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보다 성공적인 VR시장 안착을 위해서라면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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