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다방면서 뛰어난 업적…동갑내기 ‘바람의 나라’는 잠잠

전세계가 성공한 최초의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Go’로 들썩일 때, 세계 최초의 온라인 그래픽 머그(MUG)게임으로 인정받는 ‘바람의 나라’ 수장은 검찰에 출두했다. 공교롭게도 ‘포켓몬’이 처음 일본에서 게임으로 등장한 1996년에, 한국에서는 ‘바람의 나라’가 MMORPG(다중 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켓몬이 20년 스테디셀러 판권(IP)으로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변신하며 사랑을 받는 동안, 바람의 나라의 개발사 넥슨은 20년간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며 끊임없이 지속 서비스 해왔다. 이 ‘고도화’의 과정에서 ‘각고의 노력’에 대해 일부 공감할 순 있겠지만, 검사장부터 정부 최고위급에까지 연루된 의혹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확실히 매듭지고 전화위복으로 삼아 환골탈태해야 함은 물론이다.

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포켓몬 GO 같은 글로벌 메가히트작이 나올 수 없었을까? 왜, 20년지기 ‘바람의 나라’는 ‘포켓몬 GO’가 될 수 없었을까? 혹자는 우리 같은 ‘창의한국’에서는 절대로 포켓몬 GO가 나올 수 없다고 자학하며,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은 조만간 아포칼립스(Apoclayps, 종말)를 맞이할 거라며 자조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동갑내기 포켓몬은 글로벌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즈음, 바람의 나라 게임서비스 20주년 기념식은 ‘소박’하다못해 ‘조용’히 지나갔다. 어찌보면, ‘창의’적인 각종 게임규제를 차치하고라도,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을 20년간 서비스해 온 게임사 수장을 ‘탈탈’터는 분위기에서 정말 ‘한국판 포켓몬 GO’는 물 건너 갈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포스트 포켓몬 GO’를 창작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한국형 포켓몬 GO’를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나.

우선, 무차별 정보와 선무당을 경계해야 한다. 포켓몬 고 열풍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언론사와 개인은 물론 전문가(선무당도 많다)들은 저마다 무차별적으로 ‘정보’을 뿜어내고, SNS를 통해 확산된다. SNS상에서 일부 가공되어 다시 재귀적으로 언론 기사화되고 또다시 SNS로 전파되는 무한루프 양상으로 반복된다. 이 와중에 언론사는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하고, 전문가는 ‘스피커’앞에 나선다. 문제는 이들의 공생관계를 파고들어 ‘기생’하려드는 ‘선무당’들의 출현이다.

자칫 과욕을 부리다가는 ‘명텐도’가 용두사미로 끝났듯, 한국형 ‘알파고’가 우왕좌왕 하듯 ‘포켓몬’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 실력과 환경 안에서 해결가능 한 기술과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야 하며, 향후 월드 클래스로 확대 서비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당국과 충분한 교감을 통해 규제해제나 자금지원을 요청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클래스가 다름을 인정하고 철저한 분석과 진단을 통한 수행가능 한 전략 수립이 먼저다.

차이를 인정하고 철저한 분석과 진단 후에는,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 끈기있는 기다림의 과정이 지속되는 동안, 확실한 지원 아니면 끼어들지 말자. 정부에서 지원을 할 요량이면 생색내기식의 전시행정 수준이 아닌,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지원이 아니면 얼씬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기술에 자신 있고 사업성 있으면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움직이지 않을 리 없으니, 우물에서 숭늉 찾을 필요도 없고 훈수를 둬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일각에서는 넥슨을 필두로 한 게임사 손보기가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자칫 이번 넥슨 게이트 여파로, 온라인 게임 종주국의 위상 추락은 물론 20년간의 노하우가 송두리째 사라질까 걱정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셧다운제 폐지 등 게임산업 진흥계획인데, 지속적으로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일소하고 IT융합의 꽃 ‘게임’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창조경제의 실천이다. 한국형 포켓몬 고 출현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할 일은 바로 ‘게임인’들의 자존감 회복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당국의 의욕만 앞선 ‘한국형 포켓몬 GO’의 얼토당토 않은 무리한 추진보다는, ‘게임 규제 프리존’을 지정하여 ‘바람의 나라’같은 게임들이 30주년 40주년 연속서비스 될 수 있도록 ‘게임 창작 환경’을 보장해주길 당부한다.

그러면 우리 한국의 게임인들은 포켓몬GO 보다 훨씬 뛰어난 창작물로 보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정치권이나 법조계 그리고 게임규제 따위에 신경쓰지 않은 채, 넥슨을 필두로 한 국내 유수의 게임업체들이 20년간 축적된 온라인 게임개발 및 서비스 노하우를 집중할 게임 창작 환경만 조성된다면, 지금의 포켓몬고를 뛰어넘는 ‘한국형 포켓몬 고’ 에 한 걸음 더 빨리 다갈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 thats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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