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육성ㆍ문화확산 의지…'게임의 날' 제정 적극 추진해야

게임의 태생적인 문제점은 사행성과 중독성, 폭력성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무엇이 더 큰 문제인가 라고 따로 저울질 할 수 없는 게 저마다 현대의 사회 현상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의 폭력성은 중독성과 함께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경계를 결코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받고 있는 이들 병리적 현상이 조금씩 누그러지거나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행 문제도 게임보다는 불법적인 도박 사이트가 주를 이루고 있고, 이들에 의해 빚어지는 음성적인 도박이 더 큰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사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게임의 사행 문제에 대해 좀 더 언급하면 사회적 합의가 먼저 전제돼야 하겠지만 언제까지 성인들에게 까지 사행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안된다’ 할 것이냐는 것이다. 예컨대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분출 문화를 닫아두고, 오로지 긴 수염만 만지작거린다 해서 우리 사회가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그 것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뀐 지는 상당히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OECD 가입 이후 줄 곧 펼쳐 온 네거티브 정책에서 예외 조치로 제쳐 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대국민 정책과 맞물린 것들이다. 그중 하나가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사행 문제다.

과거, 70~80년대에는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했다고 하면 신문 사회면의 큰 가십성 기사 거리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랏 님이, 아니, 정부가 개인의 내밀한 부분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요즘 휴지통이란 코너의 1단짜리 기삿거리도 안된다.

문제는 해 보지도 않고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그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뒷짐행정보다 더 나쁜 정책이다. 따라서 무조건 안한다가 아니라 해 보는 것이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구체적인 정책적 프레임을 만들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 정부가 게임계의 주홍글씨와 같은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대신 부모 선택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완전 폐지가 아니라 보완 제도를 곁들여 놓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전향된 정책을 내놓은 것은 분명하다.

또 정부는 다가오는 2019년까지 게임 마이스터고교를 설립해 게임 인력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지금까지 게임 관련 중등 교육기관은 전북 익산에 있는 게임 과학 고교가 유일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교육계의 시선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을 끄는 것은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해 전국 4개 소에 머무르고 있는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를 8개소로 늘리고, 전국에 게임문화 체험형 상담센터를 2018년까지 20여개소 정도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를 종합하면 정부가 외형적으로는 게임의 병리적 현상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게임산업 육성과 게임 문화 확산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게임계가 게임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안팎으로 몸부림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게임에 대한 문제점은 게임계가 이젠 나름 풀어갈 수 있는 능력과 자정 장치를 갖추고 있다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소 안타깝고 부끄러운 점은 게임계의 덩치가 커지면서 정치권 및 권력층과의 결탁 문제가 게임계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함께 새로운 과제이자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왔는데 최근 한 메이저 업체가 그런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과제를 풀어가니, 또 하나의 숙제가 등장한 셈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했는데 그 속담이 게임계에 딱 들어맞는 말이 됐다.

또 정부의 이번 게임 문화 활성화 정책 발표에도 불구, 아쉬운 것은 정작, 게임 문화 확산을 언급하면서도 업계의 숙원 과제 중 하나인 ‘게임의 날’ 제정 등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그동안 기명 칼럼 등을 통해 끊임없이 ‘게임의 날’ 제정의 필요성을 주문해 왔다. 이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유저들과의 이해의 폭을 조정해 나가자는 뜻에서다. 또 그 날이 제정된다면 시기적으로는 봄보다는 늦가을, 또는 초겨울이 낫겠고 그 것도 아니면 사실상의 게임 산업을 잉태한 ‘바람의 날’ 또는 ‘리니지’의 첫 서비스 날로 ‘게임의 날’을 정하면 어떻겠느냐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이 없다.

게임의 태생적인 문제점과 그에 따른 사회의 책임에 대해 정부가 정책과 공권력을 동원해 이를 실천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일시적일 뿐 지속되지 않고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토록 하는 길은 산업 규모에 상응하는 사회적 예우이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 느끼도록 제도권에서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20여개의 성상을 쌓은 게임계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게임계의 역량을 인정하고 그에 부응하는 나름의 역할을 정부와 사회가 수용해 주는 길이다.

언필칭, 지금은 안된다 라고만 하는 일방적 강요에 기대어 정책을 펼쳐 나갈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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