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구리' 김세연 선수 성적 비하 충격…'남녀평등' 의식 제대로 정립해야

게임 개발에 있어 프로그래머 직군은 대표적인 남초 직업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프로젝트 기한 등을 맞추기 위한 막대한 업무량과 이를 소화하기 위한 잦은 야근,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디버깅과 사후 관리 등을 위한 작업으로 인해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는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인 에이다 킹으로 여성이었다. 그녀는 당시 기술로는 구축할 수 없었던 찰스 배비지의 해석 기관을 이용해 베를누이 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을 작성해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계했고, 프로그램 제어문이라는 개념도 최초로 만들어 내면서 프로그래밍의 핵심인 알고리즘 분석의 뿌리를 만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비단 에이다 킹 외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로그래머의 대다수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전시라는 특수 상황과 일반 남성에 비해 임금이 저렴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겹쳐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프로그래머들은 현대 컴퓨터 기반의 업무 및 프로그래밍 흐름 구축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의 경우 대부분 전자계산기의 등장 전까지 ‘인간 컴퓨터’로 불리며 타자기와 수기로 계산을 담당하던 인력들이었기 때문에 전자계산기의 등장을 그녀들이 이끌어냈고,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렇게 이야기의 시작을 게임 분야에 대한 여성들로 언급한 이유는 최근 새롭게 논란이 된 게임계에서의 성 차별 이슈 때문이다. 게임 개발분야 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선수에 대해서도 성 차별 논란이 야기되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논란은 ‘오버워치’ 국내 게임 대회 중 발생했다. 나이 어린 여고생이 뛰어난 실력을 보이자 그가 핵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처음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여성 유저를 대상으로 한 성 모욕적인 발언이 대거 등장하면서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런 신급 플레이를 여자 고등학생이 했을 리가 없다’라는 그릇된 발언까지 등장하며 게임에 대한 평등한 환경이 사실상 허울에 불과했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 됐다. 물론 해당 논란은 ‘게구리’ 김세연 선수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력으로 보여줌으로써 마무리 됐지만 논란은 거세게 불이 붙은 상황이다.

이전까지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게임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와 조건, 장소가 제공되는 문화 콘텐츠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성차별적 발언과 행동이 쉴 새 없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다양한 게임 작품에서 개발자도 모르는 사이 차별이 당연시되는 분위기 아래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마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시선과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물론 이와 관련해 너무 과하게 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이번 여성 차별 논란은 게임계에서 지속적으로 갑론을박을 펼쳐왔던 성 상품화 논란이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를 자기도 모르게 구분하고 평가하는 행동에 대한 지적이다.

아쉽게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해결 방안은 솔직히 현재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부분에 있어 의견을 조율하고 의논하고, 개선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여성 차별 논란은 게임분야에서 이제야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보다 주밀한 의견 수집과 토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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