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지 않는 작가주의가 핵심
대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 구축…생태계 확보차원의 지원책 절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소규모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해져 영세 업체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제 시장은 두세명이 모여서 히트작을 만들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과거에는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기적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지금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천억 단위를 넘어 조단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공룡기업들이 전방위 공세를 펼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세 업체들과 인디를 지향하는 개발자들은 생존을 고민하는 중이다.

그러나 인디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또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기존 경쟁 구도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도전을 거듭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한편으론 인디와 인디 간의 상생을 넘어 각각의 연합을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애플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과 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오픈마켓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다수의 국내 개발자들은 이 같은 새로운 기기와 시장을 혁신이라 여기며 도전에 나섰다.

이는 대기업에서 온라인게임을 개발했던 인력들도 적지 않았다. 미처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례와 행보가 나타났으며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불과 몇 명이 단기간에 개발한 작품이 수백억원의 매출성과를 거두는 성공 사례가 등장함에 따라 오히려 온라인게임 위주의 대형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는 온라인게임 대신 모바일에 주력했고 시장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했다.

대형 업체들의 규모를 앞세운 물량공세가 거듭됨에 따라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은 가속화됐고 인디 게임 업체와의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동시 다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대형 업체들은 시행착오를 보완하는 속도 역시 영세 개발자들과 비교할 수 없이 빨랐고 이를 기반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여갔다.

반면 인디 업체들은 야심차게 도전했으나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적은 규모와 인력의 한계로 개발 과정 및 사업 전략에 대한 오차는 작품 출시 일정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 지났다

이에 따라 당초 예상과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내놓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디 업체의 장점으로 여겨지는 새로운 도전이 무색해졌고 시장의 반응을 얻기가 더욱 어려웠다.

또 유통 채널이나 마케팅 전략이 중구난방으로 난립하며 업체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특히 모든 업체들이 카카오 게임하기 입점을 노리고 마켓 인기 순위 올리기에 몰두하는 무한 경쟁이 한창 과열되는 시기에는 인디 업체들이 목소리를 내거나 기회를 찾는 일이 불가능해 졌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시대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이다.

기본적으로 다수의 유저들을 상대로 집행하는 마케팅 수단의 경우 대형 업체들의 경쟁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됐고 매출 효과를 기대할 정도의 최소 규모 역시 인디 업체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성장세 둔화 우려와 함께 몰개성에 대한 지적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시장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시장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유통 업체들이 인디에 대한 가치를 조명하며 상생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인디 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새로운 기회를 잡기도 했다. 구글, 애플 등 주요 마켓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인디 게임을 특별히 여기며 인디 게임을 집중 조명하는 메뉴를 만들기도 했으며 광고 효과가 높은 메인 화면에 노출하는 등의 지원에 나섰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성이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짜느냐가 흥행에 더 큰 기준이 된 것 같다”며 “마켓 피처드(화면 노출)로 주목을 받는 것은 복권 당첨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오픈마켓 피처드 홍보역할 톡톡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인디 업체들도 가능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을 고려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의 홍보가 없으면 정말 처참할 정도로 아무런 관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켓 피처드는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없는 인디 업체 입장에선 폭발적인 모객 효과를 얻게 된다. 이는 애초에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유저가 워낙 적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피처드 효과가 모든 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 마켓 주요 화면 및 인디 게임 전용 메뉴에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및 애플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 마켓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인디 게임에 대한 조명은 큰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어딘가에서 예상치 못했던 대박이 터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인디 게임 업체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 테스트를 실시하며 론칭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큰 기대를 걸기도 한다. 특히 구글, 애플 등의 마켓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업체들과 협업하며 가능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성공 가능성을 따지며 해외 시장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한다. 개발자가 추구하는 작품의 게임성이 국내가 아닌 다른 지역에 적합했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디 업체들은 규모가 적은 만큼 특별한 현지화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에 따라 분명하게 특정 타깃층을 노리는 게 성공 전략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상적이고 실현되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결국 만국을 관통하는 재미를 찾아내는 게 최고의 비결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시각적인 측면을 비롯해 게임이 진행되는 문법 및 구성 모든 면에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작품들이 말하지 못했던 인문학적 탐구를 비롯해 시대와의 공감은 인디가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난의 연속을 감내하며 작가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게 바로 인디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가치로 두고 관련 산업 지원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인디는 스타트업과 같은 범주로 이 같은 정책 기조에 포함되고 있다.

정부는 또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진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인디 게임은 창조경제, 킬러 콘텐츠 두 전략적 요소가 어우러져 지원 대상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는 최근 ‘인디 게임 페스티벌’을 비롯해 공모전 등을 의욕적으로 열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지역 특화, 민생 사로잡기를 꾀하는 중이다.

인디 업체들은 이처럼 정부가 마련한 기회를 놓칠 수 없을 만큼 절실하다. 때문에 개발 일정을 맞추기도 빠듯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새로운 가능성의 '보고'

이처럼 인디는 다른 여러 인디 업체들과 모여 하나의 축제를 열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행보를 늘려가는 중이다. 이는 ‘인디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뿐만 아니라 인디와 인디 간의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공한 인디 업체가 다른 인디 업체를 퍼블리싱하는 등 기존 인디 시장에선 볼 수 없었던 상생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브랜드 및 퍼블리셔를 중심으로 여러 인디 업체들이 협업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편 일부는 인디 업체들이 시장 규모의 차이를 보일 뿐 기존 상업성을 중시한 업체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목 받는 인디 게임을 별다른 생각 없이 좇는 몰개성 행보를 보이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주류인 대형 업체들의 등쌀에 밀려 숨을 쉴 수 없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인디 업체 간의 잘못된 경쟁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고 유저들을 외면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디 업체들이 유저의 신뢰에 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멸이 아닌 공생의 경쟁으로 인디 시장의 규모를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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