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 발의…업계 신뢰회복 서둘러야

20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것도 여, 야 의원 두 사람이 동시에 비슷한 내용의 규제법안을 발의해 게임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은 각각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확률형 아이템의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개별 아이템 확률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이미 게임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해 왔던 것인데 이를 강제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두 의원에 발의한 규제법은 약간 다르다. 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아이템 확률을 게임물 내에 공개토록 하고 있다. 반면 정 의원의 경우 게임물 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은 없다. 그러나 이 역시 개별 아이템 확률 공개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정 의원은 또 신고 포상제 및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규제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PC방 식품위생법으로 불거진 ‘식파라치’ 등과 같은 행태로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규제 법안들은 한마디로 자율에서 타율로 흐름을 뒤바꾸겠다는 것인데,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대한 타율적인 규제가 자율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왜 이처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아이템의 확률공개를 강제하려 하는 것일까. 그것은 게임산업협회가 중심이 돼 시행해온 자율적인 아이템 확률공개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말처럼 게임업계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근거는 최근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한 게임 비율은 전체의 1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게임협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게임업체들이 말로는 자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해 놓고서 실상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도록 협회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어렵게 자율규제라는 카드를 손위 쥐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잃어버리게 생긴 것이다.

물론 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 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업계의 편을 들기보다는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에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 앞서 19대 국회에서도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비슷한 내용의 규제안을 내놓았을 때 게임 유저들이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지금의 모습은 정치권이 어찌보면 사소한 문제일 수 있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비율을 공개하는 것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상황을 몰고 온 것은 게임업계 스스로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떳떳하다면 보다 적극적인 어필이 필요했고 대외적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연구나 조사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어야 했다.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그리고 게임업계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도 자율규제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기 보다는 업계가 잘못하고 있다면 더 잘하도록 지적하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갓난아이가 제대로 걷지 못해 자꾸 넘어진다고 해서 억지로 보행기에 앉혀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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