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더 다가선 상생정책 '고무적'

애플, 1년 정기구독 시 50% 인하…일각선 까다로운 조건에 '무덤덤'

 

최근 애플에 이어 구글도 ‘구독’ 방식의 수익모델에 한해 마켓 수수료를 인하키로 하는 등 유통정책에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현재 게임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결제 방법이 아닌데다 아직까지 정확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또 한편에선 그간 미동도 없었던 수익분배 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업체들의 입장에선 고무적이라는 긍정론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작은 변화 하나가 대세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게임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에 주력함에 따라 이를 유통하는 구글과 애플 두 진영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바일 유통 플랫폼이 게임을 이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수단으로 굳어짐에 따라 이들은 마치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존재처럼 여겨진 것이다.

게임업체들은 이들이 유통의 명목으로 가져가는 입점 수수료 비율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으나 속으로만 삭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번 수수료 할인 행보는 예상치 못한 큰 변화로 여기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익분배 구조가 변할 것이란 기대감에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애플이다. 이 회사는 최근 앱스토어에 ‘구독’ 방식을 1년 이상 이용할 경우 수수료 비율을 30%에서 15%로 낮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 수익분배뿐만 아니라 앱을 등록하고 서비스가 시작되기까지의 검수 과정을 단축시키는 등 이전까지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불만 사항으로 지적했던 것들을 개선하겠다는 행보를 보였다.

# 전향적인 조치 '평가'

특히 애플의 심사 업무는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거나 반려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만큼 게임 업체들이 여전히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 iOS와 안드로이드 간 버전의 격차를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애플이 이 같은 문제 개선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게임업체들에 대한 상생 정책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일부는 개발자들이 수익분배 구조에 대한 반감이 뿌리 깊다는 것을 애플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변화를 점진적으로 이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애플이 수수료 할인을 추진한 구독 서비스는 앞서 스트리밍 미디어 앱이나 뉴스 및 잡지 등 일부에만 적용됐으나 이를 확대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 업체들 역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매달 금액을 결제하는 방식의 구독 서비스는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게임의 경우 사실상 무료 다운로드 이후 상품 결제를 지원하는 ‘부분 유료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액을 지불하고 구매한 뒤 이용하게 되는 ‘유료 다운로드’ 방식을 채택한 작품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밖에 유료 다운로드 이후에도 게임 내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무료 다운로드 작품에서 유료 상품 없이 광고 수익만 노리는 사례도 있다.

때문에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이 같은 구독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할인은 게임 업체들이 얻는 혜택이 미미하다고 말한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최근 크게 달라지긴 했으나 정액제 서비스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과거 다수의 흥행작이 탄생하며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MMORPG 장르가 자연히 정액제 방식을 대표해 왔다.

최근 모바일게임 역시 RPG 장르 시장이 빠르게 성숙해졌고 MMO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때문에 일부는 과거 온라인게임 초기 시절과 같이 정액제 MMORPG가 등장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만약 모바일게임 정액제가 추진된다면 단순히 기존 온라인게임 방식을 답습하는 형태는 아닐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과거 산업이 형성되던 시절과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업체들 역시 이 같은 유저 성향을 파악하며 경험을 쌓고 판매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이에 따라 기존 모바일게임 시장의 흐름과 어울리는 새로운 형태의 정액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인디게임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유료와 무료 버전을 각각 별도의 앱으로 론칭하는 전략이다. 현재 다수의 인디 게임은 무료 버전의 경우 플레이 도중 광고가 노출되거나 이를 감상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르게 되지만 유료 버전은 이 같은 요소가 제거된다.

# 쉽지 않은 충족조건들

마찬가지로 별도의 모바일 정액제 버전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뒤 이에 대한 편의성이나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부분 유료화 판매 전략으로 자리 잡은 VIP 시스템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VIP 시스템은 유료 결제 금액에 따라 포인트가 누적되며 이를 통해 등급이 책정된다. 또 등급별로 게임 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이 같은 시스템을 정액제 모델에 적용시켜 구매 동기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한편으론 수수료 인하 전략에 적극 대응하는 방법은 새로운 정액제 모델이 아닌 기존 월 단위 패키지 상품의 판매를 확장시키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는 현재 부분 유료화 게임 중 월 단위로 결제를 유도하는 상품이 다수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한번 결제하면 30일 동안 매일 한번씩 유료 재화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매일 접속할 경우 기존 일회성 상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결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월 단위 패키지 상품을 애플이 요구하는 조건인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 유행 주기가 상당히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소수의 흥행작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는 사례는 더욱 적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수수료 인하 정책에 구글까지 맞불을 놓고 있어 개발자들이 누릴 수익성 개선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구글은 애플보다 한발 나가 1년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 없이 바로 구독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할인하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우 구글을 주축으로 하는 안드로이드OS 시장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 같은 수익분배 변화 정책은 더욱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시장 활성화 계기 될 수도

다만 아직까지 정확한 방안이나 시기가 공개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속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 견제 목적이 우선시 되는 정책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애플이 개발자 수익성 개선책을 내놓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소수 과금 유저가 매출 대부분을 지탱하는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정책이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현재의 일부 극소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일회성 과금 방식에 의존하다가는 업체들은 물론 유통 업체들의 수익성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기존 대비 적은 금액이라도 더 많은 유저가 지속적으로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게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할 전략으로 급부상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카카오가 내세운 광고 수익모델 ‘AD+’ 등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유통 업체들 역시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또 구글과 애플이 이 같은 수익모델 변화를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행보 역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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