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왼쪽부터 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 이인화 디지털스토링텔링학회장, 한혜원 이화여대 교수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사장 윤송이)은 28일 이화여대 SK텔레콤관에서 ‘게임사전 출간기념 제작발표회’를 열고 이와 관련된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게임사전’은 게임 개발자와 이를 즐기는 유저를 주요 독자층으로 삼고 제작이 이뤄졌다. 특히 개발자의 영역(게임 메커닉스, M), 플레이어 영역(다이내믹스, D), 문화의 영역(에스테틱스, A) 등 크게 3개 영역으로 구분돼 2100여개 표제어가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재성 엔씨문화재단 전무, 이인화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장, 한혜원 교수가 참석해 ‘게임사전’ 제작 과정 및 표제어 선정 기준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일문일답>
- 내용이 부실하거나 분량이 적어 개정판이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대표 게임선’을 비롯해 표제어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도 생기는데.
“최초 공개인 만큼 반응을 살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적극적으로 수용할 예정이다. 사전 분량의 경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해도가 높은 독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고려해 어느 정도 적정 수준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또 대표 게임 선정은 최근 5년 간 언급된 말뭉치 데이터를 주요 기준 중 하나로 삼았다. 비슷한 시기 등장한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의미가 큰 편이지만 ‘리니지’와 달리 ‘바람의 나라’는 현재 이용자가 거의 없고 언급되는 텍스트 데이터조차 굉장히 적다. 이 같은 기준 때문에 집필 내용에 편차가 나타나게 됐다.”

- 엔씨소프트가 기획한 만큼 형평성을 지키거나 주관적인 서술을 배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근 5년 간 말뭉치 데이터베이스 수치를 제1기준으로 삼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내에서 게임사전을 발간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과거 콘솔 게임보다는 가상세계 기반의 게임을 미래지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분량의 차이가 발생했던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젤다의전설’의 경우 게임 역사상 길이 남을 작품이지만 언급된 말뭉치가 굉장히 적었다. 또 이 작품보다 늦게 태어난 유저들이 많은 시대가 됐기 때문에 비중을 조절하게 됐다.”

- 말뭉치 데이터베이스로 선정한 커뮤니티가 ‘인벤’이다. 콘솔 게임 등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표본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커뮤니티에도 요청하며 시도를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처럼 데이터베이스 제공 가능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표본이 부족할 것으로 여겨지는 플랫폼은 다른 레퍼런스를 추가로 확보한 뒤 작업했다.”

- 기존 사전과는 서술 형식이나 구성이 달라 새로운 느낌이다. 어떤 의도로 집필했는지 궁금하다.
“게임 업계 종사자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할 수 있는 엄선된 필수 지식이 포함된 사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최근 세대들은 굉장히 요약된 한줄 분량의 정보에 익숙한 편이다. 이 같은 부분들을 고려해 구성했다.”

- 종이책 방식으로 발간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전자사전 서비스를 동시하는 게 좋긴 하지만 우리는 비영리재단으로서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또 제작 과정에서 종이 신문을 비롯해 출판업에 대한 고민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사실 출판 분야에 대한 배려도 어느 정도 있다. 가격 역시 비영리재단이 아니면 책정하기 어려운 수준이기도 하다. 고전적이지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종이책에 대한 매력을 어느 정도 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판매 추이를 지켜보고 싶었다. 이 같은 결과들이 향후 재단 운영 방향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본다.”

- 인터넷 및 모바일 앱 서비스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위키’와 같은 공동 작업 서비스도 고려해볼만 한데.
“아직 시기나 방법 등을 고민하는 중이다. 단어 및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게임에 어울리는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갈 것이다. 위키와 같은 형태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출판과는 별도의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은 고려해볼만하다. 이번 사전 제작 역시 공모전을 통해 표제어를 준비하는 등 유저와의 협업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00명이 넘는 유저가 공모전에 8000건 이상의 제안을 보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 앞서 발표를 통해 ‘아이템’ ‘득템’ 등 게임 언어들이 일상에서 자리 잡게 됐다는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저변 확대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가상공간에서 발생하고 사용되는 언어는 나이, 성별, 계급 등을 초월한 것이다. 이들이 현실에서도 사용된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게임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가 있었는데 최근 초등학생들은 이 같은 차이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은 자연스러운 게 됐다. 게임에서도 같은 반 친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는 바로 오프라인 생활로 연결된다. 때문에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는 게임 언어와 일상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사전 역시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제작하려고 했다.”

- 공식적인 인증 단계를 밟아야 ‘게임사전’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다. 준비 중인 절차가 있는지.
“사전에 대한 인증 절차는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우리는 국립국어원을 통해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최근 국립국어원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말에 대해 여러 방법론을 탐구하고 있다. ‘게임사전’은 역으로 이 같은 새로운 언어 찾는 과정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게임사에 중요한 인물을 다룰 계획은 없는지.
“개발자뿐만 아니라 유명 플레이어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를 선정할 기준을 잡기 어려워 안타깝지만 전혀 다룰 수 없었다. 대신 이번 ‘게임사전’이 물꼬를 텄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객관적인 기준이나 좋은 프레임이 마련되면 ‘인명사전’도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

- 집필 연구원 및 작업을 주체적으로 진행한 집단이 이화여대를 비롯한 여성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단적으로 이화여대에서 왜 게임을 연구하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10년 이상 스토리텔링, 기획 등의 분야에서 가장 많은 전문 인력을 배출해왔다. 또 60여명의 석박사가 다방면으로 결과물을 내왔다. 때문에 ‘게임사전’은 이전부터 우리가 해왔던 일들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화여대가 게임 연구를 진행하는 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우리가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이어가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물론 여성 집필진 비중이 높다는 시각은 충분히 수용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 게임은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콘텐츠다. 사어 및 신조어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야구 사전의 경우 ‘커브 볼’이라는 말이 없지만 여전히 미디어 등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과거 사용되다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말들이 있지만 이는 맞고틀리다가 아닌 빈도수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 다시 사용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의미가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때문에 어떤 주기로 이를 반영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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