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절대갑 위치서 목소리 조율…산업 정체성 위해 바로 세워야

언론계 친구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 가운데 하나는 게임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하는 매체가 과연 몇 개나 되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못돼 입을 다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진정, 게임 저널리즘을 추구하면서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매체가 있긴 한 것인가.

업계 전문지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미디어라면 적어도 저널리즘에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런 매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제대로 된 업계 전문지가 없다는 뜻인데, 이를 현실적으로 변명을 하자면 저널리즘에 입각한 보도 기능을 살리기가 생각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업계 전문지의 경영 환경이다. 특히 게임 전문지의 경우 상당수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 까닭은 워낙 많은 매체들이 업계에 난립하고 있는 것이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못지않게 미디어에 대한 게임계의 인식이 타 산업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미디어 업계에서 식자층이 상대적으로 엷은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산업계 보다 못한 곳이 다름 아닌 게임계라고 칭할 정도이고 보면 매체에 대한 게임계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임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취재 대상이자 기사의 주요 공급원인 게임업계가 절대 갑의 위치를 차지하며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목소리를 조율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이젠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닌 게 됐다.

특히, 말 그대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가 나가게 되면 그 즉시 광고 지원을 끊어버리는 일은 다반사라 할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독자들이 요구하는 탐사보도 같은 기사는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준비할 수도, 기획할 수도 없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비상장 주식 특혜 매입 의혹도 이같은 게임 저널리즘의 실종에서 비롯된 인과응보의 사건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만의 하나, 당시 게임 언론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제대로 지켜보고 있었거나 또는 그같은 시도를 꾀하는 이에게 잘못된 일임을 주지시켜주는 경각심과 두려움을 안겨줬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언필칭, 게임 저널리즘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게임업체들의 도덕 불감증은 둘째 치더라도 산업에 대한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현해야만 할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선 게임 언론이 먼저 나서 실천하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같은 미디어의 토양을 조성하고 바로 잡으려는 업계의 관심과 지원 또한 절실하다 하겠다. 실예로 일본의 부품산업이 지금까지 세계 시장에서 선봉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특화되고 전문화된 업계 전문지들이 제 몫과 역할을 잘 수행해 주었기 때문이다.

게임 저널리즘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두 번째 이유는 사회에 대한 게임업계의 새로운 자리 매김을 위해서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엄청난 미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미디어들의 자기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종합지와 경제지들의 취재 영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과 기능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하겠다. 업계의 소식을 세세히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업계의 주장과 목소리를 지면에 옮기는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제도권과의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양비론적인 시각으로 인해 갈등과 반목이 더 키워지는 사례는 과거에도 자주 지적된 문제점이기도 했다. 결국 업계 전문지 밖에 더 없지 않느냐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게임 문화의 씨앗을 뿌리고 양산하기 위해서다. 지금 대한민국 게임 문화는 한마디로 암흑기라 할 수 있다. 게임 산업계에는 지금 게임을 사고팔기 위한 마케팅만 존재할 뿐, 이를 수용하면서 얻어진 게임 문화는 거의 없다할 지경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게임만 굴러다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게임계의 역사라는 게 변변치가 못하다. 게임만 횡횡하며 길을 쓸고 다닌 것이다. 하지만 산업 역사는 제품 뿐 아니다. 사람과 기업의 스토리를 함께 담은 나이테다.

게임 저널리즘을 업계 입장에서 보면 미운 오리새끼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보기 싫고, 듣기 싫다 해서 재를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것은 다름 아닌 우리 게임산업계의 역사이자 나이테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제퍼슨은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정부의 존재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그는 그래서 펜 없는 정부 보다 정부 없는 펜을 택하겠다고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된 뒤 그는 언론의 혹독한 비판에 때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재를 뿌리진 않았다.

그 것도 역사의 한 과정이고 발전해 가는 절차라는 것이었다. 지금 게임계는 게임 저널리즘의 실종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그렇다면 더 큰 댓가를 치르기 전에 이를 회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 파수꾼이 없으면 결코 넘볼 수 없는 철옹성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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