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셀 인수에 10조원 쏟아부어…강 건너 불구경해선 안돼

중국의 공룡 게임업체 텐센트의 덩치 키우기 행보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업체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더니 이번에는 ‘클래시오브클랜’ 개발업체인 슈퍼셀 마저 삼켜버렸다. 이 회사의 인수금액은 86억 달러(한화 약 9조 9159억 원)로 알려졌다.

이 두 업체는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라는 점에서 텐센트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번 빅딜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이뤄진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액티비젼 블리자드가 ‘캔디크러쉬’ 시리즈 개발업체인 킹닷컴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업체들의 덩치싸움이 엄청난 규모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게임업체들의 인수합병 바람은 세계 게임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년전만 해도 세계 각국에는 진입장벽이란 게 있었다. 언어가 다르고 유저들의 문화가 달라서 자국에서 성공한 게임이라도 타국으로 수출돼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 힘입어 모바일게임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러한 진입장벽도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서 플레이 마켓을 설치하면 간편하게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다.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하나로 묶어 서비스하는 ‘원 빌드’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통 플랫폼은 애플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너도 나도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글로벌시장을 장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신생업체를 하나하나 키워서 나가는 것 보다는 이미 성공한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다. 시장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한 작품만 성공해도 거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막대할 수 밖에 없다.

공룡 텐센트가 거느리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와 새롭게 인수한 슈퍼셀의 글로벌 연간매출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은 향후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빅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에 수조원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텐센트나 액티비전블리자드 정도는 돼야 엄청난 뭉칫돈을 배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부러우면서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게임업체들도 시도는 해 봤다. 과거 넥슨에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각한 김택진 사장은 빅딜을 하게된 배경에 대해 “글로벌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김정주 회장과 손을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들이 인수하려 했던 업체는 글로벌시장에서 꽤 영향력 있는 업체였는데 인수협상이 원활히 이뤼지지 않아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넥슨은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각하면서 ‘글로벌 게임업체 인수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외국 게임업체들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기는 했지만 텐센트와 같은 매머드급 빅딜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이것이 우리 업체들의 한계인 것이다.

중국은 자체 시장 규모만으로도 벌써 세계 최대가 됐다. 5만~50만 달러의 자산을 가진 중산층이 1억900만명으로 9200만명인 미국을 넘어서 세계최대의 중산층 국가가 됐다. 물론 이는 중산층만을 계산한 것으로 전체적인 부자는 여전히 미국이 세계 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막대한 중산층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경제파워는 세계시장을 쥐락펴락 하고도 남을 정도다.

중국 중산층의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두 배가 된다는 것인데 경쟁 자체가 어려운 이유일 수 있다. 우리도 중국처럼, 텐센트처럼 거침없이 질주하고 싶은데 사실 그럴만한 능력이 안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두 업체가 빅딜을 해 덩치를 키우는 것도, 해외의 유명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만 볼 수도 없다. 무언가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할 것 아닌가.

지금 당장 뾰족한 묘수는 없지만 그래도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찾아보고 뛰어봐야 할 것이다. 텐센트는 세계 시장을 향해 날고 있는데 한가하게 걸어가고 있을 순 없으니 말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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