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보면서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든 기사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부가 오는 2018년부터 코딩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부문을 국어나 수학처럼 교과 과정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을 공개한 이후 선행학습 시장이 들끓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특히 코딩 선행학습의 경우, 사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원과 과외는 물론이거나 ‘코딩 유치원’이라는 이름으로 유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코딩 유치원의 경우 3세부터 5세 아이들에게 코딩에 필요한 영어를 익히게 하고, 6살부터 실전 코딩 수업을 진행하는 구조라고 하는데 한 달에 수강료가 200만 원이며, 미국 명문대를 일주일 간 다녀오는 코딩 캠프의 참가비는 무려 800만 원이나 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소식은 작년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의 붕괴 이후 웹툰 시장이 다시금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 받자, 강남가 학원을 중심으로 ‘웹툰 전문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이후 최고로 어이없는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것보다도 제대로 한국어도 완벽하게 구하지 못하는 영유아들에게 코딩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이유로 영어 교육을 주입시킨다는 것인데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 외에는 설명이 힘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열풍은 지난 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프로그래밍 교육, 특히 코딩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터뷰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확산됐다. 특히 스마트폰 활용과 관련해 단순히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통해 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두 인물의 발언은 국내 교육부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사교육 기관들은 코딩 조기교육 홍보와 관련해 입시전영에 반영이 돼 특목고 입학, 대학 입시에 필요하다는 과장광고와 함께 국내 게임업체들의 성과를 예시로 들며 학부모들을 코딩교육에 돈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복합 문화 산업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특히 코딩 한 가지만 잘 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게임 개발에 있어 코딩은 없으면 안 되는 중요 부분인 것은 사실이나, 반대로 코딩만을 할 줄 안다 해서 게임을 실질적으로 개발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국내 IT산업 전체를 보면, 국내 프로그래머들의 업무 종사별 나이가 가장 짧은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프로그램과 시장의 트렌드에 최적화된 새로운 인재가 계속해서 시장에 유입이 되면서 빠른 인력 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코딩 선행학습이란 이름으로 조기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이 얼마나 국내 프로그래머들의 현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프로그래머는 게임 산업 직군 중 가장 많은 노동량을 소화해야 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비단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 관련 분야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게 될 아이들이 얼마나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가지고 자기 스스로 학습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유동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코딩 조기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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