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검사장 비상장주 매입은 특혜…진정한 성공은 나눔 더해져야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비상장 주식 매입과 배경을 둘러싸고 업계의 논란이 한창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단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검찰이 곧 김정주 넥슨 회장을 소환하겠다는 것도 수사기법상으로 보면 절차적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어떻게 넥슨에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하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게임인들이 적지 않다. 솔직히 넥슨은 클린 기업을 표방할 만큼 깨끗한 기업 이미지를 추구해 왔다. 그래서 게임 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기업이 아니냐는 느낌을 줘 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넥슨은 안팎으로 그랬다. 명절 때, 그 흔한 연하장 보내기가 전부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미 넥슨은 시행령 공포를 앞두고 있는 ‘김영란 법’을 앞서 실천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클린 기업으로 불리는 기업에서 돈까지 꿔주며 주식을 준 사람이 같이 함께 고생한 동료가 아니라 다름 아닌 사회 권력층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그 배신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넥슨의 속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중에 떠도는 것과 사뭇 다른 얘기도 없지 않다. 여러 설들을 종합해 보면 김정주 회장의 성향을 보면 상당히 교감을 중시 여기는 스타일로 보여 진다. 그래서 무슨 덕을 보겠다는 속셈으로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 검사장과 네이버 김상헌 대표가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또 이러한 경영 활동을 경쟁사 게임 기업들과는 뭔가 다른, 보다 고차원적인 비즈니스 행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당시 게임기업들이 기업 성장에 따른 논공행상이 한창이었음을 비춰보면 다소 다른 ‘몸짓’임엔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같이 동고동락해 온 동료들은 제쳐두고 교감만으로 엉뚱한 사람들과 주식을 나눴다는 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회장이 심정적으로 검사 친구를 곁에 둠으로써 정신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할 수 있다. 또 김상헌 대표 역시 그런 연유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서 안타까운 심경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이같은 사실들에 대한 이해를 과연 누가 쉽게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하는 점이다. 절차의 어긋남도 그 것이지만 자신의 경영 활동에 대해 이해를 구하지 못하면 그건 배임이자 특혜를 베푼 것 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특히 이같은 김 회장 처신에 대해 제도권 보다 게임계가 더 냉소적인 것은 그의 게임계의 위치를 고려하면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넥슨은 게임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이다. 일본에 기업을 상장했고, 계열사를 헤아리면 웬만한 대기업 뺨 칠 정도로 많다. 또 해마다 천문학적인 수치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게임인들이 대한민국 대표 게임 기업으로 넥슨을 꼽는데 대해 주저하거나 인색하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는 경쟁사들의 시기심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넥슨이 그만큼 업계 내에서 정서적으로 이해를 구하지 못한 채 적을 많이 만들어 냄으로써 인심을 잃었기 때문일 수 있다.

김 회장이 재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은 전통의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유통업에 주력해 몸집을 늘려 왔고, 자체 기업 육성보다는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덩치를 키워 왔다.

김 회장이 걸어온 길도 이와 유사하다. 초창기엔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만들어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기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자 개발보다는 게임 개발사 인수에 주력해 왔다. 넥슨이 대내외적으로 자랑하는 게임들 상당수가 인수 합병을 통해 얻어진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넥슨은 게임업체라기 보다는 게임 유통 사업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할 것이다.

넥슨이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바로 이같은 기업 인수 합병으로 인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는, 마치 파편과 같은 원성이 쌓인 결과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그로인해 테러블한 이미지가 짙게 채색돼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실은 별개 아니다.

그러나 해마다 엄청난 이익을 거두면서도 제도권과 산업계에는 쥐 꼬리만한 돈도 쓰지 않는다는 넥슨에 대한 피해 의식은 예상보다 심각하며 그 반향은 매우 거칠게 도져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그나마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은 치부를 하지 않았고, 나름 낮고 낮은 곳에, 그리고 적재적소에 그룹의 이익을 분배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그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한 손은 사업에 쓰고 또 한 손은 사회에 써야 비로소 성공한 기업인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넥슨은 여러 관점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게임 비즈니스에선 정평이 날 만큼 이름과 입지를 확실히 다져 놓은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 건 반쪽의 성공일 뿐이다. 남아있는 또 하나의 절반의 숙제는 사회와의 나눔이란 과제다. 넥슨이 그 절반의 성공을 제대로 마무리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한다면 눈과 마음은 더 낮은 곳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넥슨이 클린기업,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게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양손의 쓰임새를 제대로 알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마라톤 경주로 보면 이제 겨우 반환점만 찍고 돌아왔을 뿐이 아니던가.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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