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전용경기장 개설 환영…전략적 육성 통해 위상 높여야

울시는 지난 4월 30일 상암동에 문화체육관광부, OGN과 함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개설했다. 언론에서는 국내 최대 e스포츠 전용경기장이 개설됐다며 대대적인 보도를 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울시장 등도 나와 축사를 하는 개관식 행사를 개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연 e스포츠의 종주국인가? 한국이 스포츠로서 종주국의 지위를 갖는 것은 태권도 외는 거의 없다. 태권도는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게임 공식 종목으로 선정되어 한국의 국위선양에 많은 기여를 한 종목이다. 그러나 작년 세계태권도대회에서 한국은 겨우 금메달 4개를 획득하여 종합 4위에 머물렀다.

태권도를 늦게 시작했지만,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준비한 영국, 터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국가들은 많은 메달을 따갔다. 다른 나라들은 수많은 카메라를 이용해 경쟁국 선수들의 영상을 촬영해 기술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태권도 종주국이라 하기엔 과학적 훈련방법의 도입이 오히려 혁신적이지 못한 셈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먼저 시작했더라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훈련하지 않고,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신흥 강자들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e스포츠는 어떠한가? 세계 최초로 아이들의 놀이에서 다 같이 보는 스포츠로 만들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한국의 e스포츠는 세계로 확산되어 수십만명이 관람하는 세계적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나 오히려 한국의 게임 대회는 국제적이지 않으며, e스포츠 종목 또한 한국산 게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e스포츠 종주국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e스포츠를 정식 체육종목으로 지정하고 게임의 흥행과 산업의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세계적 규모의 대회를 개최하여 더 큰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게임 기업이 된 텐센트는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대회와 한국산 게임인 ‘크로스 파이어’ 세계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게임 산업의 확대와 부가가치 창출을 리드하고 있다. 텐센트는 거대한 소비 시장을 바탕으로 축적된 자본력을 이용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e스포츠는 미래에도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가? 독일 ‘리그 오브 레전드 2015년 대회’ 결승전에는 1만 2000석이 모두 매진되었다. 입장료 가격이 최고 59.55유료(한화 약 7만 5000원)였는데도 말이다. 또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ESWC 파리 그랜드 파이널 대회에서는 약 35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1500개가 넘는 매체가 보도를 했다. e스포츠 주로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의 슈퍼볼이 1억 1200만명으로 여전히 1등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가 2700만명, 도타2가 2000만명으로 미국의 골프나 농구에 비해 시청자수가 높다는 것은 미래에도 큰 영향력 미칠 것이라는 증거이다.

둘째, e스포츠 시장의 규모와 성장률을 보아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e스포츠 세계 시장 규모는 2016년 4억 6300만달러(약 5400억원)에서 2019년까지 년평균 성장률이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e스포츠는 직간접적으로 경제유발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효과 1562억, 간접효과 5456억으로 저성장으로 점차 어려워지고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한국으로서는 충분히 투자해볼만한 영역인 것이다.

이제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임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실제로 세계 e스포츠 대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싶은지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이다.

건전하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경제활성화에 활용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번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의 새로운 개장과 함께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새롭게 위상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윤형섭 상명대 대학원 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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