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풍토…존경할 만한 인물 찾기 힘들어

스마트폰의 출현은 인류의 사고의 전단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안겨줬다. 특히 재화를 만드는 가치 사슬구조에 파괴적 충격파를 던져 줌으로써 생태계의 변화를 불러 왔다. 그 것은 상호 관계적 수직구조를 혁파하고 개방형과 다양성 그리고 공진형이란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스마트폰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가운데 특히 게임산업계에, 그 것도 마치 단숨에 무엇을 삼켜 버리듯 엄청난 반향과 파장을 불러일으킬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2007년 스티브 잡스에 의해 선보인 스마트폰 앱은 간편한 휴대폰 기능을 찾아주는 한갓 내부 통신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 것이 시공을 초월하며 거대하고도 새로운 마켓 플레이스로 자리 잡게 됨을 인식하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모바일게임시장을 이끌어 온 피처폰(Feature Pone) 게임은 마치 임무를 다하고 떠난 노병과 같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그 빈 자리를 스마트폰 게임이 채워 나갔다. 그리고 불과 몇 년 후, 스마트폰 게임은 게임시장의 주력 장르인 온라인 게임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어 찼다.

올해 시장규모가 적어도 4~5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고 보면 스마트폰 게임을 기초로 한 모바일 게임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로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에 허우적대는 곳은 다름 아닌 온라인게임이 됐다.

온라인게임시장은 그동안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게임의 빅마켓이었다. 레전드들의 장이었으며 게임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블루오션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성장세 또한 꾸준했다.

그 때문인지 이 곳엔 스타들이 즐비했다. ‘바람의 나라’의 김정주와 ‘리니지’의 김택진이란 인물은 게임 변방인 한국 게임계의 스타가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계의 주요 인사가 됐고 ‘크로스파이어’의 권혁빈과 ‘미르의 전설 2’의 박관호, ‘오디션’의 김기영 등은 한중 게임계의 유명 인사로 불리웠다.

이같이 게임계의 스타들을 양산해 온 온라인게임시장이 스마트폰 게임을 앞세운 모바일 게임 시장에 게임의 꽃이라는 허브의 자리를 그처럼 쉽게 내어 줄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 중심엔 카카오의 김범수와 넷마블의 방준혁이란 걸출한 인물이 우뚝 서 있다. 방준혁은 온라인게임시장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스타 CEO다. 그런 그가 어느날 온라인게임을 던져버리고 모바일 게임에 올인한 것은 순전히 그의 직감에 의한 것이었다. 몇해 전 방준혁은 필자에게 더 이상 온라인게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하면 할수록 더 손해라고 했다. 그리고 난 이후 그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모바일게임에만 전력투구, ‘레이븐’ ‘몬스터 길들이기’ ‘다함께 차차차’등 모바일 게임 흥행작을 대거 쏟아냈다.

김범수가 ‘카카오 게임하기’를 오픈한 것은 2013년 여름쯤의 일이다.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에 주력하던 그가 거기에다 게임을 접목하겠다고 했다. 그 것은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검색 포털 네이버에 한게임(게임포털)을 얹혀 NHN(현 네이버)을 만든 것과 유사했다.

그의 그같은 시도는 예상대로 맞아 떨어졌다. 마치 스마트폰의 시대가 바로 다가올 것을 예견이나 하듯 김범수는 이를 통해 최고의 게임 플랫폼(마켓 플레이스)을 완성했다. 네시삼십삼분,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 등 이젠 기업명만 거명해도 알만한 모바일게임업체들이 모두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여기서, 시대가 영웅을 낳는 것인가 아니면 영웅이 시대를 낳는 것인가 하는, 낡고 식상한 명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 것보다는 언제까지 스마트 폰의 괴력이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게임은 하드웨어 변천에 따라 플랫폼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TV시대에는 아케이드, 콘솔게임이, PC 전성기 때에는 PC게임이 인기를 끌어 왔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부터는 온라인게임이 시장에서 쾌속질주 했다. 그리고 이젠 스마트폰 게임 시대다. 그렇다면 포스트 스마트폰 게임시대는 무엇이며 그 것은 언제쯤 열릴 것인가.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아무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름 없이 사라진 노병처럼 그 자리 역시 또다시 어느 누구에게 물려주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즈음에서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게임 산업의 역사를 겨우 플랫폼의 흐름과 게임의 향배만을 놓고 언급하고 있는 게임계의 경우 그 누가 현장 사람들의 히스토리를 담아내고 기록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자리를 내주고 사라져 가는 게 미덕이 아니겠느냐는 입장의 인사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먹튀에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그 파렴치한  처신으로 말미암아 게임산업계가 제도권 사람들로부터 비천한 대우를 받으며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들은 굳이 알려고도 변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또 상당수도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다. 그건 그저 개인사일 뿐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터무니 없는 소리다. 정부의 지원 등 각종 세제 혜택 등은 다 받아놓고 나름의 의무를 해야 될 때가 되니까 슬그머니 봇짐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떠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타 산업계에 비해 게임계에 변변한 역사가 없는 것도 다 이같은 먹튀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란 사실은 부끄럽고 창피스런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때가 되면 플랫폼의 운명처럼 다 기우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 유수와 같은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그 것은 다름 아닌 게임이란 장르이며 그 게임을 만든 주인공들의 역사이다.

오직 흥행의 끈만 잡고 몸부림치는 게임인들이 의외로 많다. 그 때문인지 게임계에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그다지 눈에 띠지 않는다. 게임계의 슬픈 현실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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