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 국내 투자 급증…잇단 '갑질' 논란의 진위는

문화 콘텐츠 시장으로 쏠리는 중국 기업들의 뭉칫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임으로 몰리는 자본 뿐 아니다. 드라마, 음악, 예능 분야에 재주가 있다는 기획사에는 여지없이 중국 자본이 들어가 있다. 대중 문화계에서는 대략 10조원에 달하는 중국 돈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 자본 유입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게임계에서는 올해 약 1조원 가량의 중국 돈이 국내에 더 투자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선봉에 서 있는 중국기업은 다름아닌 텐센트와 알리바바 그리고 바이두란 기업이다. 특히 텐센트는 국내 게임 기업의 자금 줄이 되다 시피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마디로 한국 투자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그마한 채팅 전문 기업에 불과했던 텐센트가 일약 세계적인 게임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도 실은 한국 게임업체들 덕분이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중국내 최대 포털로 떠오른 바이두 역시 한국 검색 포털들을 지켜보면서 열심히 벤치 마킹한 도움이 컸고,  알리바바 역시 이 회사 창업자 마윈이 밝히기도 했듯이 한국 IT기업들의 발 빠른 행보에 대응하다 보니 보다 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이들의 특징은 문화콘텐츠 분야에 투자하는 다른 중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흔적을 잘 남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궁금하고 답답해서 이들의 행적을 굳이 찾아 나서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잘 포착되지 않는다.

지분을 확보했으니까 경영에 참여하겠다든지, 임원을 파견하겠다는 따위의 소리도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상당히 자율적이고, 강제하기 보다는 방목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준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 80년대 일본 기업들이 미국 영화시장에 자본을 참여하면서 신문지상에 떠들썩하게 알리고, 경영 부문에 대해서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보고서에 담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천양지차를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실패했다고 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계 기업은 겨우 소니픽처스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나름, 자긍심이 강한 자국 영화산업에 외국자본 유치를 결정한 것은 ‘어항론’이란 새 물 유입의 필요성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어항의 물이 고이면 수위가 낮아지고 결국에는 물이 썩게 됨으로써 부영양화를 초래, 끝내는 어항 속의 물고기는 말라 죽게 된다는 이론이었다. 따라서 새 물(자본)이 들어온다 해서 어항의 주인이 바뀌는 게 아니므로 새 물의 유입에 대해 나쁘다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소니, 마쯔시다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일즈 비즈니스를 시작해, 컬럼비아, MGM 등을 그들에게 내다 팔았다. 미국은 이를 두고 윈윈 전략이라고 했지만 재미를 본 곳은 단 한 곳, 미국 영화계였다.

일본 자본이 유입되면서 다소 즉흥적이었던 할리우드 영화제작 방식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등 짜임새가 있어 졌지만 양국의 이질적인 기업 문화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 냈고, 이후 이를 견디다 못한 일본 기업들의 할리우드 엑소더스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국 기업들의 대한 투자는 그렇게 할리우드를 떠난 일본 기업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한국 투자 방식은 과거 미국에서 제기한 ‘어항’론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놓칠 수 없는 부문은 중국 기업 대부분이 구사하고 있는 방목  정책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적에 따라 상대의 목을 죄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통해  통해 갑질의 도구로 쓰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도통 들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파열음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한 모바일 게임업체는 중국 현지의 게임 론칭을 최근 포기했다 한다. 내용인즉은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라고 언론에 알려졌다. 하지만 상대 기업이 이 국내 게임업체의 주요 투자사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 대한 소문은 사실과 좀 다르게 각색된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협의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던 것은 정황상 분명해 보인다. 특히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자 말을 가로 막고, 자기들 방식으로 일사 천리로 처리하더라는 게 갑질 논란 이후 들려온 추가 소식이다. 결국 이 국내 게임 기업은 중국 론칭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으나 갈가리 씻겨진  마음의 상처까지 거둬 들이지는 못했을 게 분명하다.

중국 속담에는 마음이 급하면 뜨거운 두부를 먹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성급하면 원하는 걸 입에 넣을 수 없다는 뜻이다. 동물 세계의 포식자인 사자의 사냥 방식이 그렇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또다시 그들의 움직임이 궁금해 진다. 과연 그들의 진의는 무엇인가.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그런 숨은 계산법이 어림잡아 읽혀 진다면  국내 게임업체들도 묘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족적을 남기지 않고 방목한다며 마냥 좋아할 게 아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허를 찔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게 다름아닌 중국인의 특성이라고 한다면 그들을 너무 모르고 하는 비약의 말이라고 탓할 순 있겠지만 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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