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5500억 파급효과 예측…다시는 비상식적 규제 없어야

게임업계에 ‘셧다운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게임인들은 큰 좌절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정부와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 셧다운제는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하고 즐기는 모든 사람들은 ‘청소년 유해물질’ 만들고 유통하는 사람들로 낙인 찍는 결과를 만들었다.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에 의해 실시된 규제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온라인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처음 시작됐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 게임관계자들로부터 ‘후진국’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고 해외 유명 게임업체 CEO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무지를 탓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이 제도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제기로 인해 대표적인 산업계를 옥죄는 철폐 대상으로 지목됐다. 그 이후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인해 셧다운제가 ‘부모시간선택제’라는 형태로 바뀌어 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이 규제는 또 20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는 동안 게임업계는 이 규제로 인해 정말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다. 경제적인 손실 뿐만 아니라 게임인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고 유능한 인재들이 게임판을 떠나도록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 등 경쟁국들은 우리를 뛰어넘어 저 앞서 달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하루 빨리 고쳐야할 잘못된 제도가 5년여 동안 우리 게임계의 숨통을 막아온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는 이제 게임계 만의 문제에서 경제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대표적인 7개 ‘갈라파고스 규제’를 뽑아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연구한 결과 셧다운제를 철폐할 경우 5551억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갈라파고스 규제란 우리나라 또는 극소수의 국가에만 존재하는 규제, 또는 국제기준보다 강한 규제를 말한다. 전경련은 셧다운제를 철폐할 경우 부가가치 외에도 1만7173명의 취업, 1만3716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스스로, 또 좀 더 빨리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곧 개원을 앞두고 있다. 비록 셧다운제가 19대 국회에서는 철폐되지 못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그 어떤 법안 보다고 신속하게 다뤄지길 바란다. 또다시 정치적 이슈와 시류에 휘말려서 차일피일 미뤄져선 안된다. 새로 국회를 구성한 의원들도 이제 게임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만큼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셧다운제가 폐지된다 할지라도 이미 실추된 이미지와 경제적 손실을 되돌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게임을 청소년 유해물질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고 밤 12시가 넘으면 해서는 안되는 금지물이라 여길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업계 전체가 나서야 할 것이고 게임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상식적인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가 도입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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