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는 한국벤처투자,캠스톤파트너스 등과 함께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 조강태 한국벤처투자 대표, 최화진 캠스톤 파트너스 대표

묻지 마 투자’서 이젠 옥석 가리기

 초기 스타트업 성공사례로 붐 일으켜…흥행 담보 못하면 그대로 '퇴출'

 

게임업체들이 모바일게임을 새로운 기회로 삼고 도전을 거듭함에 따라 이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하게 늘어나는 듯 했다. 그러나 모바일게임 시장이 불과 몇 년 사이 완전히 뒤바뀐 만큼 이에 대한 투자 여건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벤처 투자는 대형 게임 업체들이 내세우는 주요 상생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생 투자는 여전히 수용 범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투자 생태계 역시 점차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모바일게임 업체들의 투자 유치는 점차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위축된 분위기를 과감히 극복하며 새로운 성공 사례를 발굴하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모바일게임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업체들이 등장함에 따라 벤처 투자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늘어났다. 불과 5명 남짓한 업체가 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사례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이 같은 스타트업 설립 수는 최고점을 찍게 됐다.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이 시기에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졌고 성공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에따라 자연히 투자 관점 역시 보수적으로 바뀌게 됐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예측 불가의 상황의 연속이었다. 카카오 플랫폼의 성공을 비롯해 마케팅 비용의 급증, 빠른 트렌드 변화 등 치명적인 변수들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급변하는 트렌드 따라잡기 난제

게임 개발은 물론 이를 서비스하거나 홍보하는 업체들 역시 모든 게 처음이었다. 때문에 투자 방향 역시 종잡을 수 없었다.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했던 업체들이 당초 계획과 달리 일정이 끝없이 지연되며 결국 작품을 론칭하지 못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비교적 개발 기간이 짧은 캐주얼 장르가 인기를 끌던 당시 소규모 업체들은 개발이 완료되기도 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늘려가며 추가 투자를 받아 간신히 연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하나의 작품에 집중하며 장기간 버텨온 업체들이 벤처 투자의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짐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열풍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전문 벤처캐피탈의 선점 이후에는 정부 지원 사업과 맞물려 투자 행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소규모 기업 활성화에 적합한 분야였던 만큼 정부 지원 사업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 업계 생리와 맞지 않는 조건을 요구하거나 결과 위주의 행보로 업체들이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는 벤처 캐피탈(VC)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한정된 VC를 제외하고는 게임 업체들과의 계획과 간극을 보이는 사례가 많았으며 이를 조율하기 위한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캐주얼 열풍이 꺼진 이후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점차 저비용, 고수익에 대한 이점이 없어짐에 따라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벤처캐피탈도 보수적 운영

지난해 VC가 게임 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투자 규모인 1700억원 대비 크게 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벤처 캐피탈 생태계부터 흔들리는 만큼 게임 업계 투자 규모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게임 업체들은 신규 투자를 꺼리는 VC를 설득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여겨지고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VC가 역량이 검증된 대형 퍼블리셔가 아니면 최근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며 롱런하는 RPG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게임성뿐만 아니라 마케팅 경쟁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함에 따라 점차 심화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또 불과 몇 년 사이 모바일게임 투자 규모 역시 서너 배 이상 뛰었으나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퍼블리셔들이 국내 개발 업체들에 대한 투자 대신 중국에서 흥행한 작품들을 공수해 오는 게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워주지 않는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생태계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벌써 이 같은 투자 생태계에 휩쓸려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도전보다는 시장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문제 삼았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구글, 애플 등과 같은 오픈 마켓을 반드시 이용해야 되는 가운데 퍼블리셔, 카카오 등 다단계 수익분배 과정을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개발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이익을 생각하면 쉽사리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가 없다.

VC 역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퍼블리셔가 선호하고 흥행시키려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거의 매일 매출 순위가 갱신된다는 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체들이 투자자를 설득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특히 대형 업체들이 할 수 없는 것,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찾는 게 스타트업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은 스타트업 지원 센터 오렌지팜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견기업 이상으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별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우리는 혁신보다는 글로벌 플랫폼 역할을 맡아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을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단순히 스타트업이 무조건 혁신에 도전하도록 방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전문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는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위축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퍼블리셔나 소수 대상으로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가 3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등 중소 업체 상생을 위한 행보를 보여 업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앞서 스마일게이트, 넷마블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투자 전문 업체들과의 협력하며 펀드를 조성해왔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회장은 창업지원 센터 오렌지팜을 비롯해 벤처 펀드를 조성해 왔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오렌지팜 1주년 간담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등에 주목

또 이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지원 센터, 멘토링, 기술지원 등 게임 업체로서 실질적 보탬이 되는 상생 모델을 운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이 같은 행보가 성공 사례로 이어져 선순환 생태계가 형성되는 게 업계가 바라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이른바 크라우드 펀딩법이라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게임 업체에 대한 투자 역시 새로운 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는 이제 막 시행이 된 만큼 성패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새로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비롯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게임 행사가 열리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인디 게임과 같은 스타트업을 조명하는 한편 오디션과 같은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며 상생과 홍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로 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행보는 새로운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 중 하나로 주목할 만하지만 성공 사례가 발굴되지 못하고 확산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앞서 게임 크라우드 펀딩이 정착되기 어렵다는 점을 느낀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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