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약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바둑이 방영됐다. 이른바 ‘마리텔’은 기존 인터넷방송 형식으로 녹화한 이후 편집을 거쳐 TV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

지난 16일 TV 전파를 탄 방송에서는 알파고와의 대결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며 바둑의 장점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 출연자가 아주 사소하지만 게임 업계 종사자로서는 쉽게 떨쳐낼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실 TV 방송분은 편집이 된 내용이지만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지난 10일 인터넷방송에서 이 출연자는 최근 바둑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다른 ‘나쁜 게임’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당시 일부 시청자가 ‘게임을 무시하냐’는 식의 채팅을 올리기도 했으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진 않는 분위기였다.

너무 예민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게임은 이 같은 ‘업신여김’이 예삿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연구가 추진되는 환경인만큼 이 같은 홀대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이다.

이처럼 게임은 바둑과 달리 유해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정말 바둑과 게임이 다를까? 방식만 다를 뿐 바둑은 게임의 하나의 장르나 마찬가지다. 바둑은 PC기반은 물론 모바일 기기를 통해 다른 유저와 대전을 펼치는 게임으로 구현된 지 오래다.

반대로 바둑과 같이 규칙에 따라 상대와 승패를 가리는 방식의 인터넷 게임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둑의 정석을 연구하듯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역시 새로운 정석(메타)을 쌓고 부수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바둑을 후원한다는 것을 예로 들며 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중국은 바둑 못지않게 게임 역시 내수 산업을 보호하며 적극 육성해 세계 최대 규모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알파고'의 여파가 바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게임인들이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기회이기도 하다. 바둑 역시 게임의 하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나쁜게임'에 대한 편견을 떨쳐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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