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감동'이 새로운 시장 창조…위기 돌파할 '그 무엇' 찾아내야

게임이란 문명의 이기를 인류에 선물한 사람은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하긴보섬(William Higinbotham)이란 인물이지만 게임시장을 열고 개척한 이는 젊은 청년 놀런 부시넬( Nolan Bushnell)이다. 그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게임 기업 ‘아타리’社를 설립, 뛰어난 장사수완을 보여줬다. 그에 의해 만들어진 ‘컴퓨터 스페이스’와 ‘퐁’은 1970년대 업소용 게임시장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고, 그의 명성과 ‘아타리’社의 쾌속 질주는 1982년 이른바 ‘아타리 쇼크’라고 하는 증시 폭락 이전까지 지속됐다.

놀런 부시넬을 말 그대로 스타덤에 오르게 한 게임은 ‘퐁’이라는 아주 단순한 게임이었다. 그와 평생을 라이벌 처럼 지내온 비디오 게임의 창시자 랄프 헨리 베어( Ralph Henry Baer)가 개발한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퐁’은 그러나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게임에 감동(affect)이란 새 옷을 입혀 선보인 것이다.

‘퐁’이란 게임에서 감동이라 일컬어지는 새 옷은 사실 별 게 아니었다. 지루할 수 있는 종 스크롤 게임에 평범하다시피한 전자 음향을 입힌 것인데,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던 것이다. 놀런 부시넬은 그 같은 새로움을 단행했고, 그는 그 덕에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인물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게 됐다.

유저(고객)에게 안기는 감동은 작품(상품)에 대한 만족과 서비스에 맞닿아 있다. 결단코 똑같은 제품을 구하지 않으려는 고객 일수록 제품에 대한 만족도와 차별성을 꼼꼼히 챙기기 때문이다. ‘퐁’은 그같은 고객 니즈에 맞아 떨어졌고 그럼으로써 경쟁사의 유사한 게임에 비해 무려 5배~10배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내놓는 작품마다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재능은 있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뭔가 특별한 게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가 고향인 시카고를 떠나 할리우드로 거처를 옮긴 것은 순전히 뭔가를 찾기 위한 자구책의 몸부림이었다. 때마침 영화 시장은 무성영화 시대를 끝내고 유성영화 시대로 옮겨가는 길목에 서 있었다.

또다시 만화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극장에 오른 그는 시사회에서 자신의 만화 영화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을 보며 갑자기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다. 그 것은 다름 아닌 소리였다. 그리고 만화 영화에 소리를 입힌 스크린이 그의 눈앞에 오버랩 됐다.

1928년,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최초의 유성 만화 영화 ‘증기선 윌리호’는 그렇게 해서 완성됐다. 이후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특별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자 가운데 한사람이 됐다.

그의 이같은 흥행 성공은 단짝인 어브 아이워즈의 도움이 컸다. 어브 아이워즈는 월트 디즈니社의 대표적인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탄생시킨 전설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월트디즈니의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겠다는 영감과 새로운 발상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월트디즈니社는 그 특별한, 그 무엇도 없는 만화영화 제작사로 전락해 할리우드에서 자취를 감췄을 게 분명하다.

유저들에게 게임에 대한 감동과 만족을 안겨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것은 흥행으로 통하며 흥미와 자극을 안겨준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답을 찾기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예컨대 몰입하지 않으면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 해답은 더 어렵다 할 수 있다. 문제는 감동과 만족을 안겨주거나, 그 것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보면 하나같이 고만고만한 작품들 뿐이다. 일부 작품은 경쟁사 작품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닮아 있다. 요즘 들어서는 표절 문제의 경우 마치 일상사가 된 느낌이다.

국내 게임시장이 일그러지고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감동도 없고 흥미조차 안겨 주지도 않는데 유저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산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 흥행작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상현실(VR)을 앞세워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그 길 또한 아주 요원한 실정이다.

새로운 툴(tool)에 의해 게임 수요가 수직 상승한 사례는 게임시장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 가깝게는 닌텐도의 DS가 있고 조금 멀게는 리듬 게임인 DDR 게임기가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감에 의한 고객 감동의 게임처럼 영속적이고 꾸준하지는 못했다.

게임계가 최근 수요 감소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이 새로운 시도나 특별한 모험에 의한 이팩트(effect)가 사라진 때문이 아닌지 궁금해 진다. 그 것은 스토리 또는 새로운 장르일 수 있고 파격적인 장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것이 무엇이 됐든 유저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게 아니면 흥행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안개 속에 그 무엇이 게임 시장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면 그 윤곽을 하루 속히 그려내야 겠다. 지금처럼 지지부진 하다가는 머물러 있는 수요조차 자리를 박차고 떠나 버리지 않을까. 정말 하루하루가 걱정스럽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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