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AI 활용한 기술 적용단계…또 다른 ‘배’ 만들 필요 없어

얼마전 모처럼 대한민국이, 그리고 전 세계가 고전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바둑에 시선을 집중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알파고'와 세계 정상급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이 진행되면서 연일 화제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3승을 연달아 거뒀을 때에는 AI의 발전에 대한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나타났지만, 이세돌 9단의 첫 승리를 통해 AI의 현 개발 상황과 다양한 시각이 나타나면서 AI산업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커졌다.

알파고가 화제가 되면서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AI 개발을 위한 다양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부는 알파고의 3연승 이후 100억 원의 지원책을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공지능 응용 및 산업화 추진단’을 발족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활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게임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신기루와 같은 AI 열풍을 따라갈 필요 없이 기존 산업을 활용해 AI산업에 있어서의 입지를 확보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미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이라는 굴지의 AI 기반 산업이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바둑 대국으로 화제가 된 AI 알파고는 많은 부분에 있어 게임 기술이 메인이 된 프로그램이다. 핵심 기술이라고 할수 있는 딥 러닝 기술 자체가 게임산업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다양한 유저들에게 개별로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파고와 같은 완벽에 가까운 연산 처리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이는 하드웨어 구성에서 오는 기본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한정된 콘텐츠만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이야말로 딥 러닝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산업인 셈이다.

알파고의 눈과 서브 브레인 역할을 한 GPU 기술 역시 게이머들에겐 익숙한 엔비디아의 GPU가 활용되면서 효과적인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176개의 GPU는 메인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1202개의 CPU보다 빠른 연산처리를 보여줘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계산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새롭게 GPU에 대한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게임과 깊은 관련이 있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AI산업은 게임과 별개의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 블루오션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러한 전망이 단순히 AI 산업에 대한 핑크빛 미래만을 보고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게임계에 대한 과도한 규제 움직임과 부정적인 시선이 반영된 복합적인 결과인지는 확답을 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답답한 의견충돌과 행보가 국내에서 계속되는 동안, 해외에서는 이미 게임과의 연계사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종합적으로, AI 산업을 개척하기 위해 굳이 새로운 배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우리 국내에도 양질의 기술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 게임산업이라는 배가 준비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배를 건조해 블루오션으로 나갈 필요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이라는 배를 통해 AI산업으로 출항을 한다면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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