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 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이어지고 있다. 현재 네 번의 대국에서 세 번을 내리 알파고가 이기면서 이미 패자는 결정이 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 9단은 지난 13일 열린 네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에 불계승을 거두면서 영패를 면했다. 1승에 그쳤음에도 국민들은 열광했고, 이세돌 9단은 체면 치레를 하게 됐다.

최근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속에 치러진 경기는 지난해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세안컵 축구 대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바둑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들까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봤을 정도였으니 그 열기는 가히 쇳물을 녹이는 용광로와 같다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을 지켜보는 많은 게임인들은 씁쓸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지하다시피 바둑과 게임은 똑같이 지적 놀이 가운데 하나이다. 두개의 놀이 모두 규칙과 놀이를 즐기는 이의 의지에 따라 승패가 갈라 진다는 점도 같다. 또 몰입에 의한 일체감을 주고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는 점도 바둑과 게임은 유사하다.

그럼에도 바둑을 잘 한다고 하면 ‘ 대단하다’ 며 감탄사를  남발하면서 게임을 잘한다고 하면 그같은 반응은 커녕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는 어린시절 게임에 빠져서 스스로 게임개발업체를 창업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지금의 알파고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고 그는 말하기도 했다.

게임에 대한 우리 국민의식은  마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상당히 근거도 없고 과장돼 있다. 게임이 중독을 일으키고 폭력을 조장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게임이 청소년들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켜 공부를 잘하게 만든다거나,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효과를 보인다는 게임놀이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는 숱하다.

게임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데는 우선 게임계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마녀사냥’식의 깎아내리기와 규제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 지나치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할 지경이다. 

네덜란드의 민속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요한 호이징아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통해  인간은 놀이를 즐기는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은 이를 통해 문화와 인류를 발전시켰다고 설파했다.

과연 바둑과 게임은 뭐가 다른가. 혹, 게임에 대한 무지와 일방적인 편견에 의해 그런 사고가 굳어진게 아니라면 바둑이란 게임을 통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등의 장르를 다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바둑과 게임은 말 그대로 장르가 다른 놀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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