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알파고' 바둑 흥행 대성공…정치권 게임인 제대로 대우하길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테마는 게임과 영화에서는 이미 오래된 스토리다. 특히 아놀드 슈왈즈 제네거가 주연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는 이같은 주제로 무려 다섯번이나 스크린을 우려 먹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현실 괴리 그리고 실현 불가능한 내일에 대한 희망의 보상 심리가 교묘히 유저와 관객을 자극하고 끌어 모으는 것이다.

최근에는 ‘알파고’라고 하는 컴퓨터가 장안의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알려지다시피 세계 바둑계의 제왕이라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을 펼쳐  한판을 내 줬지만 4승을 거뒀다. 그 것도 상대가 더 이상 경기를 못하겠다며 돌을 던진 불계승으로 이뤄낸 것이다.

괴력의 바둑 고수가 된 ‘알파고’는 구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다. 과거 인공지능 컴퓨터는 입력된 지식으로 사용자의 지시어에 의해 특정 일만 잘 수행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선보인 ‘알파고’는 모르는 일이 눈앞에 등장하게 되면 스스로 터득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주 진일보한 컴퓨터(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라는 게 구글측의 설명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은 구글측의 예상대로 흥행측면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바둑 대결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겠다고 작심한 구글측이라면 굳이 한국의 바둑 기사를 지목해 대국을 펼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꼭 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3국의 바둑 실력을 평가해 보면 중국보다는 한국이, 한국보다는 일본이 아주 간발의 차로 앞서 있다는 게 바둑계의 평이다. 바둑 인구로만 봐도 제일 처져 있는 곳이 다름 아닌 한국이다.

그러나 구글은 오로지 바둑 대국만 보지 않았다. 정보기술(IT)분야에서 테스트 베드역을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구글측은 누구보다 잘 알 고 있었고 더군다나 한국은 많지 않은 바둑 인구에도 세계 바둑계에서 혁혁한 성적을 기록 중이라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 더욱이 이세돌 9단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바둑계에서 그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굳이 구글 측이 바둑 강국인 일본에 기웃거리거나, 생산 공장인 중국을 흥행 파트너로 끌어 들이려 하지 않은 이유다. 결국 구글은 상징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는 한국과 한국 바둑기사를 찾았고, 이같은 구글의 선택과 기대는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게임계의 최근의 화두는 단연 정치권이다. 때 아니게 무슨 정치권 이야기냐고 하지만 현실과 산업은 동떨어질 수 없는 필연적 동반 관계라는 점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임계의 처지를 놓고 보면 그렇게 생경한 풍경으로 읽혀지지 않는다는 게 게임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이 가운데 김병관 웹젠 의장의 총선 출마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김 의장의 총선 출마는 다소 의외라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그의 성품도 그렇고, 정치적 성향도 그다지 게임계에 알려진 바 없다. 그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게임계를 등에 업고 선거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액면 그대로 업계 대표성만을 놓고 본다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김정주 넥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회장 등과 견줄 수 없다. 그들의 이력과 산업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정치적 성향과 역할 등을 고려하면 김영만 전 회장이 정치권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자의든 타의든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김병관 의장 카드가 쓱 하고 등장했다.

솔직히 그는 게임계의 유명인사가 아니다. 게임 회사를 설립해서 그 회사를 잘 키워온 입지전적인 인물도 아니다. 웹젠이라는 회사는 김남주 전 사장과 그의 친구들이 만든 회사다. 김 의장은 그 회사를 인수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김병관이라는 문외한이 게임계를 등에 업고 등장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과거 벤처 기업을 설립했다가 이를 접고 난 이후, 줄곧 NHN 한게임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거기서 책임자 급으로 일했다. 게임 일과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던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정주 넥슨 회장과도 교류가 있다는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인물을 정치권, 특히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에서 발탁한 배경이 궁금해 진다. 그의 이력과 나름 성공한 벤처기업 대표라는 스펙외에는 딱히 드러나지 않는 그를 야당에서는 왜 불러 들였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같은 현상적인 것만으로는 김병관 카드가 총선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게임계도 아닌 벤처업계의 성공한 인물로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들리는 얘기로는 추대 형식이란 절차를 밟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게임 2세대에 가까운 김 의장에 대해 1세대 형들이 강권하다 시피 밀어줘서 나오게 됐다는 설도 없지 않다. 운신의 폭이 자유로워 할 말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과 모바일 게임 세대들과 소통도 용이하다는 점도 그의 강점이다.

그 때문인지 더불어 민주당측은 그를 비례 대표가 아닌 분당 갑 지역구로 출마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대로 바람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뭔가 구글처럼 이면의 또다른 히든 카드가 내재 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카드가 엿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선거판의 일회성으로 게임계의 인사를 불러들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혹, 그렇다면 그 것은 또다시 게임계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될 것임을 정치권, 특히 더불어 민주당측은 명심했으면 한다. 말 그대로 김병관 의장은 정치권의 초짜다. 그런 그의 신분이 유권자들에게 히든 카드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더불어 민주당이 너무 순진한 척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출신지도 아닌 타향살이 지역구 출마는 한참을 앞서 갔다.

정치권의 신인을 불러 들였다면 그에 대한 뒷 일까지도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 주는 게 제도권의 당과 기성 정치권의 책임이 아닐까. 적어도 구글처럼 흥행까지는 이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정도는 해 주는 게 정리(正理)라고 생각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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