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바둑인과 인공지능(AI) 관계자들의 관심이 온통 '아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경기에 집중됐다. 

이 대결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인간의 우세가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이 9단 역시 5전 전승을 자신할 정도로 바둑에서만큼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격차가 아직은 분명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국이 시작된 이후 이런 분위기는 180도 바뀌게 됐다. 알파고의 완벽에 가까운 수읽기에 이세돌 9단이 연달아 세 경기를 내주며 결국 5승 3선승제 경기에서 알파고에게 패한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의 능력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는 가운데, 다시 게임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가장 활발하게 적용시키고 테스트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게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파고'를 만든 데비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 역시 17세에 '테마파크'를 개발한 경력이 있다. 특히 그는 새로운 인공지능 탑재로 화제가 된 '블랙 앤 화이트'의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알파고'와 게임의 연계가 화제가 됐다. '블랙 앤 화이트'는 유저가 새롭게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NPC가 각각 다른 패턴과 행동을 나타내며 전혀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듯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활용은 게임 곳곳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난이도 조정을 시작으로  엔드 콘텐츠로 고민을 하는 MMORPG에 있어서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하면서 게임의 볼륨 자체를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우리 나라 정부와 사회 지도층의 시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AI가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고 게임에 접목되며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코드로 관리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는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명분 아래 다양한 소프트웨어, 문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형 유튜브'와 'K-컬처' 'K-DOS'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한 채 반짝 관심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알파고'의 활약으로 또 다시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활용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 제2의 알파고나 AI를 활용한 차세대 게임이 나오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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