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복지부의 질병코드 넌센스
[논단] 복지부의 질병코드 넌센스
  • 더게임스
  • 승인 2016.03.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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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 사회적 합의 없어…'왜ㆍ어떻게' 먼저 규명해야

지난 2월 25일 보건복지부는 점증하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전예방과 조기관리 방안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빠른 사회변화와 복잡다단한 구조가 현대사회의 주요한 특징임을 감안할 때 정신건강의 중요성은 신체건강 못지않으며,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의료서비스 강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내용 중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는 내용은 여러 면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

어떠한 질병에 질병코드를 부여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 질병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어떤 증상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의 ‘병(病)’에 해당함이 의학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며, 그것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질병에 대해 접근하고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질병코드는 질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미의 ‘사회적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은 질병여부에 대한 의학적 분석과 판단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게임 혹은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분명 있지만, 그것이 질병에 해당하는 ‘중독’은 아니기 때문에 ‘과몰입’이라는 용어가 대신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는 언제나 사회의 부정적인 태도를 마주해왔다. TV가 새로운 미디어였을 때 TV가 사람과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2월에 발표한 ‘2014 국민여가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의 가장 주된 여가활동은 TV시청(51.4%)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TV를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두고 ‘TV에 중독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TV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미디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게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201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5.1%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 92.3%가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터넷의 주요 용도는 ‘커뮤니케이션’과 ‘자료 및 정보 획득’, 그리고 ‘여가활동’이었다. 이는 인터넷과 게임이 TV 이상으로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미디어임을 나타낸다.

일각에서는 산업적 차원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해 게임을 육성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해 통제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적 엇박자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기조의 정책이 존재한다는 것이 부정적 기조의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산업적 차원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경우 기조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산업뿐 아니라 문화적 차원을 포함하는 게임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다. 게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뿐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도 존재해야 한다. 이는 게임을 제작하는 것 못지않게 게임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관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게임은 산업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성장해나갈 수 있다.

핵심은 ‘생활 속에서 인터넷과 게임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다. 필요한 것은 타당한 분석과 결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그리고 여러 분야 간의 다양한 논의를 통한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과 합의의 도출이다. 이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은 일방적이고 성급한 것이기에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생활 속에서 인터넷과 게임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현상이 ‘왜’ 발생하며,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한 접근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과 게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대한 발견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며, 진정한 해결책은 단지 인터넷과 게임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데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지웅 게임평론가 iamwoon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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