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보드게임 규제 완화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 장르에 대한 인식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꽉 막혔던 숨통어느 정도 트였다

 한판 베팅 한도 3만원서 5만원으로부정적 인식 개선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게임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규제조항인 게임산업진흥법상의 웹보드게임 규제가 최근 크게 완화됐다. 비록 업계에 모든 것을 맡기는 완전자율은 아니지만 꽉 막혀 있던 숨통이 어느정도 트이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업계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의 경우 베팅금액과 상대방 선택 등이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절반의 규제완화가 이뤄진 셈이다. 또 지난 2014년 규제 시행 이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던 웹보드게임 매출이 과거의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규제 완화와는 별개로 웹보드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논리는 게임시장이 성장하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사행성 게임에 대한 관리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지난 2006바다이야기사태 이후 웹보드게임이 불법 사설 도박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웹보드게임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업계에서는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의 행동을 제한하고 규제한다는 것은 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시행 2년 만에 손질

이번에 개선된 규제안은 지난 2014년 이후 2년 동안 달라진 시장상황을 반영해 내용을 대폭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개정안은 월 결제 한도를 기존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리고 한 판 당 2500원 이하의 소액 방에서는 게임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한판 베팅금액(이용 금액)도 기존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행 조정했다.

물론 완화 안 확정에 있어서는 업계와 시민단체간의 팽팽한 의견 대립도 있었다. 업계는 1회 이용금액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 10만원으로 제한한 일일 손실한도를 20만원으로 상향 특정 상대방을 지정해 게임 플레이 가능하게 변경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규제 완화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며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규제안을 완화시켰다.

기존에 시행했던 웹보드게임 규제안은 분기별 1회 공인인증 시행 1인 베팅한도 13만 원 이하 110만 원 이상 손실 시 24시간 게임 접속 차단 랜덤매칭 금지 게임 자동진행 금지 등을 핵심으로 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규제안을 시행하면서 국내 웹보드게임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조치를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전까지 웹보드게임의 사행성으로 지적된 불법 환전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으로 웹보드게임을 게임법의 범위에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강도 높은 규제안은 시행 2년 동안 국내 웹보드게임산업을 뿌리 채 흔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웹보드게임 시장규모가 3분의 1로 감소됐으며 아예 웹보드게임 사업 자체를 포기한 업체들 역시 대거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시행령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매출 및 유저 감소를 버티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더블유게임즈의 '슈퍼 클래식 슬롯'

 # 아쉽지만 절반의 승리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 내용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내세웠던 충전 금액 증가도 규제 완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업계는 1회당 베팅금액을 늘린 것이 가장 큰 핵심이라는 반응이다. 1회당 베팅 금액이 종전의 3만원에서 5만 원으로 증액됐기 때문에 유저들이 흥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웹보드게임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은 베팅금액 한도를 지나치게 작게 규정해 놓았다는 것이었다. 웹보드게임의 재미요소 자체가 게임을 진행할수록 판돈이 확대되면서 많은 재화를 한 번에 획득하는 성취감인데, 이를 법으로 제한해 왔기 때문에 재미요소가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늘어난 금액도 2만 원으로 이 정도라면 시민단체 등에서 지적하는 불법 환전 및 판돈 몰아주기의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판돈 자체를 증액했다 해도 소규모이기 때문에 불법을 통한 부당이득을 취하기에는 시간 대비 효과가 떨어져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판 당 2500원 이하의 소액 방에서는 게임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기존 PC 온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한 웹보드게임이 아니라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한 조항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판당 2500원 이하의 소액 방은 현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웹보드게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규모이기 때문에 모바일 웹보드게임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웹보드게임 규제 개선안은 과거 논란이 됐던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완화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규제가 시작된 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에서 적용되고 기준이 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완화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소한의 규제 완화를 통해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이미 소셜 카지노로 대표되는 신사업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어 국내 웹보드게임 시장은 업체들뿐만 아니라 유저들 역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늦었다는 반응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존 온라인 기반의 웹보드게임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웹보드게임을 운영했던 넷마블게임즈와 NHN엔터테인먼트는 모바일 게임으로 완전히 주 종목을 바꾼 상황이고 네오위즈게임즈와 기타 업체들 역시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소셜 카지노 게임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셜 카지노의 경우 해외에서는 SNS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해외 오픈마켓 매출 순위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국내 웹보드게임 시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몇몇 유명 소셜 카지노의 경우 국내에서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국내 웹보드게임의 입지가 이미 상당부분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업계 외부에서의 강한 반발 역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웹보드게임과 불법도박게임을 동일선상에 놓고 반대를 외치는 시민 단체의 숫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반발 역시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장 활성화엔 적지 않은 진통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일반 대중들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아 웹보드게임에 대한 인식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이머들 역시 웹보드게임에 대해서는 도박과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부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번 규제 완화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롭게 웹보드게임을 살려나가는 시작이라 보고 더 적극적인 개선안이 추가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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