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간과의 바둑대결서 첫 승리…게임기술에도 큰 영향 미칠 듯

최근 전 세계 바둑계와 컴퓨터 인공지능(AI)계에 있어 한 획을 그을만한 큰 사건이 발생했다.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겨지고 있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맞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완승을 거두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로 프로기사를 맞바둑으로 최초로 이긴 바둑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을 같이 획득하게 된 주인공이다. ‘알파고’는 지난 해 10월 중국 프로 기사이자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 5전 전승으로 이기며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알파고’의 이 승리는 비단 세계 바둑계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과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대결은 다양한 종목으로 진행된 바 있으나 수가 무한대라 할수 있기 때문에 넘을 수 없는 벽이란 인식이 강했다.

바둑 전문가들 역시 언젠가는 AI가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최소 10년, 기본 30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 모든 예측을 단 1년만의 개발과 데이터 보강만으로 깨버리며 충격을 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AI의 발전 속도가 전문가들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알파고’는 개발 초기부터 다른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모두 흡수하는 모습을 보이며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알파고’는 다양한 바둑 채보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경우의 수를 늘려가고 있다.

AI는 게임업계에 있어서도 다양한 요소로 활용되는 부분이다. 유저에게 여러 상황을 제공해 게임을 즐기게 하거나, 다른 유저와 협동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정해진 패턴이라는 한계가 있어 지속적인 콘텐츠 활용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알파고의 등장은 게임 내 AI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히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행동하는 단순반복형 로봇이 아니라 유저의 게임 진행 상황과 레벨, 아이템 등을 기반으로 유동적인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똑같은 필드에 똑같은 몬스터가 배치돼 있더라도 유저의 육성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물론 이와 관련해 정 반대의 의견 역시 적지 않다. AI가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지만, 게임 등은 기술적인 이유로 이를 구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빠른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면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4년 개봉된 영화 ‘아이로봇’에서 주인공 델 스프너와 로봇 써니의 대화가 AI와 관련한 파급력을 말해주고 있다. 델 스프너는 써니에게 ‘감정을 활용한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어?’라고 질문한다. 써니는 ‘당신은 할 수 있나요?’라고 대답하며 인간이 AI를 대하는 인식에 대한 오류와 현실을 보여줬다. 데이터 용량 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빠른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극복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오는 9일을 시작으로 한국 최고의 프로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이세돌 9단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측되고 있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알파고’는 다양한 대국의 채보와 경우의 수를 습득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만약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다면, 혹은 이세돌 9단에게 패배한 이후 짧은 시간 안에 재대결을 진행해 승부를 뒤바꿔놓는다면, 사용자가 접하게 되는 AI의 발전 역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킨 게임 분야에 가장 먼저 활용되리라 감히 예측해 본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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