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벗어날 비책 필요…낡은 시스템 버리고 ‘환골탈태’

주요 게임업체들의 지난해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이 가운데 업계 뿐만 아니라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넷마블게임즈가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었다.

게임은 손에 잡히지 않는 콘텐츠산업이다. 이 때문에 원가를 따지기가 매우 힘들다. 대부분이 인건비에 들어간다. 100억원의 개발비가 들었다고 하면 그중 70~80%는 인건비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나 휴대폰 등 오프라인산업의 경우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이 매우 높다. 게임과는 반대로 50~60%가 원자재 값이다. 그렇다 보니 1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동차 10만대만 팔아도 1조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게임으로 1조원의 매출을 올리려면 천문학적인 유저가 필요하다. 온라인게임으로 가정한다고 해도 적어도 수백만명이 1년 내내 작품을 이용해야 한다. 정액제 온라인게임의 경우 월 3만원씩 1년이면 36만원이 된다. 이렇게 가정했을 때 1년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려면 277만명의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길드워2’ 등 쟁쟁한 온라인게임들을 국내 뿐만 아리라 글로벌시장에 서비스하면서도 1조원을 넘지 못하고 8000억원의 매출에 그친 것을 보면 1조라는 금액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인지 실감날 것이다.

더욱이 모바일게임의 경우 한번에 1~2만원을 결제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물론 더 큰 돈을 결제하는 유저도 있겠지만 대부분 큰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게임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가히 불가능한 일을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다.

10여년이 넘게 모바일게임 한 우물만 팠던 컴투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매출이 2000억원 대에 머물렀다. 이것도 불과 수년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이렇듯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꿈의 영역’을 개척했다. 모두가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공 뒤에는 반드시 후폭풍이 밀려온다고 한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것이다.

한 때 잘 나갔던 글로벌 기업들이 자만하고 자신들의 ‘성공공식’을 고집하다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들은 적지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필름업체 코닥의 경우가 그렇다. 이 회사는 카메라 필름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며 경쟁자가 없었다. 후지필름 정도가 코닥에 맞서 대항했지만 글로벌시장의 독보적인 1위를 넘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강자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 결과 지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필름 시장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이밖에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던 블랙베리도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를 받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의 열풍을 처음 일으켰던 이 회사도 지금은 마이너로 전락해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다시 살아나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승자의 저주’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까지 그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공식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에서 다시 출발해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이렇게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잘 해 왔는데 그 시스템을 버리고 새롭게 변해야 한다면 조직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고 외부의 시선도 불안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변신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의 넷마블을 만들었던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성공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직의 시스템에 맡길 수 있어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시스템마저도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넷마블은 최근 대외적인 행사를 갖고 올해의 화두로 글로벌과 기업공개를 제시했다. 두 사안 모두 매우 중대한 것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술에 맞도록 새 부대를 마련하는 일이란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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