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큰 기여했어도 냉대 여전…달리는 말에서 내려 바라봐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책정한 올해 게임산업지원 예산이 520억원 규모라는 것에 대해 '경제효과 따지지 않은 깜깜이 지원'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한다. 게임 산업이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서 육성해야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공익에 반하는 산업에 대해 정부가 예산까지 직접 지원하며 육성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상을 보는 시야에 따라서 혹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가치의 기준에 따라서 의견이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대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가운데 팩트가 아닌 피상적인 현상들만으로 본질을 파악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위험한 것이라 생각된다.

단순하게 숫자만으로 따져보자. 2015년 문체부의 콘텐츠산업육성에 대한 예산배정 규모는 총 4108억이었으며 그 중 게임산업육성에 대한 배정 금액은 210억이었다. 전체 예산 중 약 5.1%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210억이라는 지원예산에 대해 전체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합당한 규모였는지 먼저 그 타당성에 대해 논하고 싶다. 작년 2월에 발표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의하면 전체 콘텐츠산업의 매출액은 91조 2096억원이었다. 그 중 부가가치액은 38조 383억원이었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은 전체콘텐츠 산업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는지, 아니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정확하게 짚어보자.

게임 산업의 2013년 매출액은 9조 7197억원으로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10.7%에 달하며 부가가치율은 전체 산업군중 가장 높은 46.77%에 달한다. 특히 눈여겨 봐야할 점은 전체 콘텐츠 산업의 수출액이 총 49억 2310만 달러이며 이 중 게임 산업이 벌어들인 외화가 27억 1540만 달러로 전체의 55.1%를 차지하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21.6%씩 증가했다는 점이다.

콘텐츠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고려해서 각 산업 군을 육성함에 있어 골고루 예산을 편성해야한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산업전체에서 벌어들이는 외화의 절반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게임 산업에 전체지원 예산의 5.1%를 배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하더라도 이건 너무 어리석지 않은가? 게임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매출 당 고용 인력에 비유헤 믿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쳐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콘텐츠 산업 전체 종사자 수는 61만 9438명이며 이중 출판 산업의 종사자가 19만 3613명(31.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게임 산업은 9만 1893명(14.8%)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경제적 파급효과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게임의 본질에 대한 시각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며 공익에 이롭지 않다는 의견은 더 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다. 게임에 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칼로 무 자르듯 간단히 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그 가치가 폄하되고 오용되어 왔다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공익에 반하는’ 이라는 표현자체가 그야말로 어의가 없다. 구글에서 몇 개 키워드만 검색해 보면 게임개발업체들이 사회공헌에 대해 노력 안 한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어째서 전체를 모두 보았다고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콘텐츠산업을 전폭적으로 육성하고 킬러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에 정부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책은 과연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창출해내고 있는 게임 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위기에 빠진 게임 산업을 살려내기 위해 특별지원을 해도 부족한 마당에 그 돈이면 학교 운동장에 인공잔디를 깔아주는 것이 좋겠다는 말은 그야말로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는 한자성어와 같다. 달리는 말에서 보지 말고 말에서 내려와 속속들이 살펴본 다음에 옳고 그름을 따져야한다. 그리고 본질을 호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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