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강력 범죄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기사는 언제 나올까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는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그 배경으로는 어김없이 게임이 언급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11살 여아 폭행 및 감금 건의 아버지도 게임 중독으로 보도가 됐고, 초등학생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아버지 역시 별다른 직업 없이 게임 아이템을 팔아 생활해온 게임 중독자로 단정한 기사가 TV 방송으로 보도됐다.

학계에서는 게임과 폭력의 연관성조차 아직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고, 게임을 중독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근거를 찾지 못했음에도 기존의 미디어와 방송은 연일 게임을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중독물질로 몰아붙이고 있다.

게임을 살인, 폭력의 주 요인으로 보도하는 데스크에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영국 락스타 게임즈에서 개발한 ‘GTA’ 시리즈는 97년 처음 출시돼 8개의 시리즈가 발매됐으며, 2013년 출시한 ‘GTA5’까지 총 판매량 2억 2000 만장을 돌파한 대히트 타이틀이다. 또한 출시 때마다 범죄자의 생활을 묘사하고 노골적인 폭력 묘사로 인해 이슈가 되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하지만 ‘GTA’ 시리즈가 출시된 이후 영국의 강력 범죄는 점점 줄고 있다. 2004년 영국의 범죄율은 95년에 비해 40%나 감소하였고 또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력이 6% 줄었으나 강력범죄는 25% 감소했다.

게임의 폭력성이 성인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범죄자를 양산한다면, 범죄자 시뮬레이션이라 할만한 ‘GTA’ 시리즈가 영국의 범죄율에 영향을 주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들에게는 유별나게 게임에 민감하여 중독까지 가게 되는 유전적 특성이라도 있는 것인가? 하지만 성인보다 훨씬 판단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들이 주로 하는 ‘카트라이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2005년 무렵에도 초등학생들의 무면허 운전 사고율이 늘었다는 통계를 본 기억이 없다.

한 화면에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의 게임 중독 추정 기사와 게임 산업에게 일자리를 부탁한다는 기사를 함께 보는 상황은 황당하지만 익숙한 아이러니가 아닐까?

[정웅모 IGS 사업 본부장 karlung@igsi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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