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들은 언제든 제2,제3의 '이터널 클래시'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사후 메뉴얼 마련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내서 빚어진 일처럼 대충 마무리

네시삼십삼분 사과에도 유저 불만 확산…적당주의가 화를 더 키웠다

 

최근 게임업계가 네시삼심삼분이 서비스하는 이터널클래시에서 발생한 일간베스트 내용 적용 건으로 큰 소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일베의 내용을 게임 속에 반영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 사안이 알려진 이후 서비스업체와 개발사의 미숙한 대응이 더욱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평이다.

초기에 전격적이면서도 확실한 대응을 했더라면 조기에 문제가 진화될 수 있었고 오히려 유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책임을 회피하며 사태를 축소하려다가 더욱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문제는 독일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문제를 은폐한 사건으로 전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은 일과 비교되면서 게임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신속하면서도 솔직하게 사건을 인정하고 수습했어야 했는데 거짓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물어야 하는 등 기업의 위상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터털클래시의 일베논란은 처음에는 매우 가볍게 여겨졌다. 그러다가 유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그제서야 퍼블리셔와 개발사인 네시삼십삼분과 벌키트리는 두 번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과문도 게임 카페를 통해 이뤄짐에 따라 과연 진정성이 있었는지의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번 사안을 보며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위기대응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게임의 이미지나 기업의 이미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 터졌을 경우에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신속하게 사과하고 보상방안을 발표해야 하는데 게임업계는 소비자인 유저들을 적당히 회유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제를 더 키우고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얘기다.

또 게임업계가 이처럼 안이하게 대등하는 것에는 유저들이 나이어린 청소년들이라 제대로 된 실력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성인 유저들이 소비자였다면 간단한 사과와 형식적인 보상으로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았을 텐데 청소년들은 쉽게 마음을 돌리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이 가볍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단순 해명에 급급하다 '된서리'

최근 이터널클래시일간베스트 저장소가 주장하는 역사 왜곡 및 고인 비하 내용이 다수 적용되면서 이슈가 됐다. 해당 작품은 챕터명 일부에 4.19 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과 반란진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포착됐고,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비하하거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연상시키는 로딩 메시지를 보여주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일베논란은 게임업계에 종종 나타나곤 했다. 일베가 주장하는 내용을 콘텐츠로 한 모바일 게임이 오픈마켓에 출시돼 논란이 되기도 했고, 게임 방송과 상용화 단계에 있는 온라인 게임의 이벤트에 일베에서 사용되던 이미지와 단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터널클래시에서의 일베 논란은 앞의 상황보다 더욱 큰 심각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게임 자체가 일베의 콘텐츠를 활용한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주요 포인트마다 사회에 부정적인 인식을 담고 있는 요소를 삽입했다는 점과, 단순 희화화 문제를 떠나 역사 왜곡 및 고인 명예훼손과 관련된 사안이 대거 확인됐다는 점, 그리고 일회성 노출이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지속적으로 해당 콘텐츠가 노출돼 플레이 하는 사람에게도 조롱을 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더해지면서 비난이 확대됐다.

이 같은 일로 인해 개발사인 벌키트리와 서비스업체인 네시삼십삼분은 두 차례의 사과와 함께 후속조치를 통해 가까스로 논란을 진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벌키트리는 김세권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 개발자 업무만을 수행키로 했고 1월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시삼십삼분 역시 이터널클래시에 대한 모든 마케팅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밝히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 카페공지 통한 사과 안 통해

하지만 이같은 사과와 후속조치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적당히 넘기고 재발 방지책도 없는 미봉책에 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시삼십삼분과 벌키트리는 논란 발생 당일 바로 게임 공식 카페에 사과문을 올리며 빠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사과문 내용에 우연오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따라 결국 2차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유저들의 불만은 이미 극에 달했다.

특히 사태의 심각성을 양사 모두 인지했다면 사과의 형식 역시 달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자체 게임의 공식 카페를 통한 공지사항으로 사과한 것은 자기 집안 식구에게만 사과한 꼴이라는 것이다. 대표가 직적 기자회견을 하거나 언론매체를 통한 공식사과문 게재 등 보다 확실한 사과가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게임업계의 사과는 이번 네시삼십삼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도 넥슨이 메이플스토리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표가 나서서 머리 숙이며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 및 대응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적으로만 보상을 해주는 행태를 보이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과로 보기 힘들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저들이 '이터널 클래시'의 일베 성향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적극적 대응이 이미지 개선시켜

물론 게임업계 중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유저들의 신뢰를 얻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아직도 적당히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보다 성숙하고 적극적인 위기대응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강의 군단개발사인 에이스톰은 한 고객이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와 후속 조치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해당 사건 당사자가 캐나다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표가 직접 캐나다까지 가서 요구조건에 대한 해명과 정보 공개를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긍정적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절대적인 힘을 바탕으로 유저들을 적당히 달래서 보상해주는 선에서 문제를 덥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 운용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데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망가질 수도 있고 더욱 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에 대해 사과할 때 적당히 덮으려 한다거나 회피하는 것보다 이를 인정하고 확실한 후속조치와 재발방지책을 내놓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집안 식구들한테 사과하듯 카페나 홈페이지 등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개적인 자리를 만들거나 언론매체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보다 성숙한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분야에서 기업들이 뜻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심 어린 사과와 후속대책을 통해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든 사례가 적지 않다이제 게임업계도 성숙해진 만큼 기성 업체들과 같은 수준에서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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