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당 입당하며 정치권 발들여…게임계 대표할 자격 갖춰야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한 모임에서의 발언이 연일 게임계의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날 김 의장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그다지 새롭다 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에게 주어진 무대의 성격과 장소가 게임계 중심의 놀이마당이 아닌, 정치권 사람들이 모이고 기웃거리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색다르고 극적인 것처럼 전달될 수 있었을 법 했다.

김 의장의 이날 발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문화산업 콘텐츠의 핵심인 게임이 너무 홀대 받는다는 것이었고 그럴 때마다 자신은 큰 좌절감을 맛보았다는 것. 특히 게임을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며 깎아내릴 때는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마음이 아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이같은 심정에 대해 자신뿐만 아니라 게임계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라며 ‘한’이란 단어를 끄집어 썼다. 참고 참았으나 참을 수 없는, 제도권을 향한 게임계의 억울하고 분통하고 안타깝고 원망스러움을 그는 ‘한’이란 단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정치권에 첫 발을 디디게 된 자신의 정치 출사표이자 소신처럼 들려왔고 게임계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기필코 바로 잡아보겠다는 김 의장의 정치 철학의 표현이자 의지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그에 대한 열화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병관이란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게임계 사람들 조차 김병관이란 사람을 아는 이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계에 줄곧 몸담아 온 필자마저도 그에 대해 이름 석자 외 아는 게 없다.

다만 그가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학연으로 넥슨에서 개발팀장으로 근무했고, 이후 개발사인 솔루션 홀링스를 만들어 잠시 경영을 하다 이를 NHN에 매각한 인연을 계기로 줄곧 NHN 게임 부문에서 일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후 김 의장은 NHN게임스 대표이사, 대작 ‘뮤’를 대표하는 게임회사인 웹젠에서 각자 대표를 역임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한번도 게임과의 연을 놔 본 적이 없는 셈인데, 게임계에서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 그를 영입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소 황망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그 것이 전부이고 사실이다.

어찌보면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김 의장을 두고 정치 신인을 영입한다 했지 게임계의 대표인사를 영입한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벤처 신화를 일군 김병관이라고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김 의장이 게임계의 ‘한’을 언급하는 등 적어도 게임계의 응어리를 세상에 말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벤처’라는 단어를 떼고 ‘게임계’라는 명찰을 달고 당당히 정치권에 입문했어야 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김 의장 자신이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게임계를 대표해서 나선 것처럼 보여지는 부문에 대해서도 상당한 반감을 보이는 게임계 인사들이 적지 않다. 게임계에 종사해 왔고 또 여기서 성공을 거뒀으니까 게임계의 인물임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계의 얼굴, 그리고 게임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불리기엔 그의 역할과 지명도가 너무 초라하다.

그동안 게임계 인물 가운데 정치권 진출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는 자천 타천으로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NXC 회장), 방준혁(넷마블 이사회 의장),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회장) 등 게임계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려 왔다. 이는 게임계의 상징성 뿐 아니라 게임계에서 나름 리더십을 보여 왔고, 산업 토양을 다지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줘 왔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만 회장은 게임산업 협회장을 두 차례나 역임했고, 사재를 털어 게임문화 확산과 기반 조성에 온힘을 기울이는 등 게임계에 대한 제도권의 부정적인 시선을 바로 잡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인물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김 회장을 비롯한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거나,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 의장에 대한 게임계의 대표성 논란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가 게임계에서 그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웹젠에서 그가 그토록 강조하며 바로 잡고자 했던, 게임에 대한 일그러진 사회 시선 교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기여를 했느냐에 대해서는 가히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평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웹젠을 창업한 김남주 전 대표 이후 웹젠은 게임계를 위해 한 일이라곤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오로지 자신들의 삶만을 영위하기 위한 기업 활동으로 숨을 쉬어 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결국 김 의장의 사자 표효라는 것도 자기 개인의 영달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작위적 액션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계에서는 오직 기업만을 잘 일궈 냈다 해서 그 사람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데 대해 부정적 시선이 적지 않다. 일부 성공했다고 하는 게임 기업들의 모럴 헤저드가 매우 심각한데다 노블리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역행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는 데 대한 일부 착한 기업들의 반발이 큰 까닭이다.

김 의장의 존재감이란 게 이같은 게임계의 난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면 한번 정도는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자신을 키워주고 만들어준 게임계를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는 등 진정성을 기울이는 노력을 먼저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우리는 그게 다름 아닌 게임계에 대한 역사의식이자 인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것이 전제돼야 기업인으로서, 또 정치인으로서 그가 바로 가는 길이며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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