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 게임계 인사들 관심…나눔ㆍ사랑 통한 인식개선 우선

‘신곡’을 저술한 단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이탈리아 시인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시인이자 정치가였다. 귀족의 혈통을 지녔지만 가문은 몰락했고, 어머니 마저 그가 다섯 살 때 세상을 떠나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같이 암울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그의 곁에 항상 책이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단테에게는 또 베아트리체라는 평생의 연인이 그의 옆에 있었다. 그녀는 단테에게 시적 영감을 불어 넣어 주었을 뿐 아니라 정치가로서 한 길을 걷게 해 준 정신적 지주이자 그의 등불이 됐다.

훗날 역사가들은 단테에 대해 좋은 글이나 쓸 것이지 굳이 왜 흑탕물과 같은 정치권에 뛰어 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그 같은 그에 대한 세평은 추측과 설만이 난무했을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회가 타락하고 갈라진 정파에 의해 정의가 뒤바뀌는 현실적인 문제를 그가 외면할 수 없었던 건 확실해 보인다. 그가 유배 생활을 거두지 못하고 끝내는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는 말년에 말라리아 병에 걸려 쓸쓸히 숨을 거두고 만다.

정치의 계절이 성큼 다가 왔다. 공자는 도덕 정치를 강조했지만 그가 살던 춘추 전국시대는 이를 실현하기는 커녕 근처에도 가질 못했다. 그렇지만 선량들의 입문은 늘 넘치고 넘쳤다. 정치의 요체라는 게 단 한가지, 국민의 안녕에 있었지만 정치인들의 수준은 늘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속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는 4월 실시될 예정인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정치 신인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게임계 인사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거나 입문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산업 규모나 게임이 문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춰 보면 벌써 게임계의 인사들의 정치권 진출은 굳이 지역구가 아니더라도 비례 대표를 통해서라도 이뤄 졌어야 옳았다. 규모로만 봐도 대한민국 3대 콘텐츠 산업 안에 속하며, 부가 가치로만 놓고 보더라도 그 잠재 가치와 의미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게 게임콘텐츠다. 또 원소스 멀티 유즈의 핵심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 수출 보국의 첨병이 되다 시피하고 있는 게 다름 아닌 게임이다.

그런데, 이같은 게임 산업이 푸대접 수준이 아니라 제도권의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사회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설적인 현상은 무엇보다 게임계에 깔려있는 피해 의식과 배타적인 속성, 그리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게임계의 성향에 의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또 콘텐츠 가운데 킬러 콘텐츠로서 게임이 군림하고 있는데다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사회적, 병리적 현상 또한 크다는 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반향을 불러 모았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모순된 가치에 대해 정치권과 제도권의 대책은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방침과 움직임이란 건 오로지 마녀사냥식 게임 규제뿐이었으며 게임계를 후려치는 일이었다.

또 이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실례로 게임계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를 할 때에는 게임계란 단어 대신 벤처기업이란 표현을 빌어다 쓰고, 수출 잘하고, 돈 잘 버는 기업을 소개할 때면 게임기업이란 말은 쑥 빼 낸 채 언급하는 식이다.

결국 게임계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가 게임계를 깎아내리고 산업적 의미를 절삭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게임계의 인사들이 잇달아 정치권에 입문하게 되면 게임계에 대한 인식이 다소 바뀔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게임계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은 게임계에 대한 시선 교정의 시작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게임인들이 정치권에 입문한다 하더라도 정치 신인들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다. 특히 정치력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그 한계는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게임계에 대한 인식 전환의 노력은 정치인을 낳는 게 아니라 게임계가 껍질을 벗고 제도권에 다가가는 모습을 먼저 보이는 일이다. 예컨대 사회 공헌 등 나눔과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길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 될 수 있다. 특히 게임계에 대한 통큰 정책을 요구하는 만큼 사회에 대한 게임계의 통 큰 기여도 함께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그같은 노력이 열명의 게임계 출신의 정치인을 키우는 것 보다 더 효과적이고 실효성이 높은 인식 개선책이란 생각이다. 왜냐하면 정치는 항상 정치로 끝나기 때문이다.

단테는 ‘신곡’ 외 ‘신생’ ‘속어론’ ‘제정론’ 등 명저를 남겼다. 게임계 출신의 정치 신인들이 과연 정치마당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한갓 권력 집단에 기웃거린 일회성 정객으로 머물거라면 발부터 디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