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ㆍ몰이해로 토양황폐화…中 정부 지원 속 'BAT' 급성장

 라이엇 게임즈가 최근 중국의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에 지분 모두를 매각했다. 이번에 라이엇 게임즈가 매각한 지분은 지난 2011년 텐센트에 매각하고 남은 잔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90%의 지분을 텐센트에 넘겼다는 점에서 이번 지분 매각 소식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돼 온 라이엇 게임즈 경영진들이 ‘LOL'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둥지를 틀 것이라는 전망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측은 추측성일 뿐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라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텐센트라는 더 큰 우산 속에서 새로운 장르의 게임 개발에 맘껏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근거는 라이엇 게임즈가 최근 모종의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여기에는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텐센트와 같은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요구됐다는 것. 결국 나머지 지분 매입을 제안한 것이 텐센트가 아니라 라이엇 게임즈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굳이 자투리 지분을 떠맡을 필요가 없음에도 이를 흔쾌히 받아준 텐센트의 통큰 결단이며 그들의 거침없는 질주다.

텐센트는 투자는 하지만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투자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켜 왔다. 한국기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왔지만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는 따위의 경영 행태는 보여주지 않아 왔다.

따라서 텐센트가 이번에 라이엇 게임즈의 지분을 매입한인 것은 라이엇 게임즈 경영진을 위한 일종의 보상책으로 보여진다. 텐센트 측이 오늘 당장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포석으로 경영권에 변수가 되지 않는 라이엇 게임즈의 자투리 지분을 기꺼히 매입해 줬다는 것이다.

사실, 텐센트가 세계의 게임 공룡기업으로 급성장한 배경의 이면에는 젊은 슈퍼 리더 마화텅의 경영 수완도 그 것이지만 그보다는 중국 정부의 중화사상을 배경으로 한 철저한 시장 팽창 정책이 주효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즉, 중화사상을 굳이 배격하지 않는 한자 문화권을 집중 공략하고, 시장은 개방하되 단계적 개방을 추진하는 한편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룡과 같은 유통 채널을 구축해 자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지배해 나간다는 전략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국 정부의 큰 그림아래 키워진 기업들이 다름아닌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신예 3인방이라는 설명이다. 어찌보면 사회주의 국가에서 대기업을 키운다는 게 역설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그같은 모순의 전략은 중화사상이란 더 큰 그림으로 희석시키고 수용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크게 반하지 않는 한 이들 기업의 전략은 정부의 우산아래 철저히 받아 들여 지고 수용되고 있다는 게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나랏돈을 가져다 쓰면서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고 등거리 경영을 지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경영에 자신이 있다는 뜻과 함께 정부와의 대화 채널 또한 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큰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3인방은 지금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정부를 대신해 중화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이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론 부럽고 안타깝기까지 하다. ‘BAT'로 불리고 있는 이들 3인방은 말 그대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거의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콘텐츠마저도 변변하지 못했다. 이들을 키우며 사실상의 멘토링 역할을 한 수행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 정부였다. 규제는 하되 큰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대 못을 박지 않는 방임형 정책으로 기업 환경을 따뜻하게 만들고 감싸준 것이다.

이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다 대한민국 콘텐츠 정책을 대입시켜 보면 뭔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콘텐츠 정책은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과 같다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시대를 아우르는 테마가 전무하고, 두 번째로는 정책 입안자들의 문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빈약할 뿐 아니라, 마지막으론 시민단체에 의해 규제의 보도가 너무 쉽게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쓰인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산업의 기반을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성인층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에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잠시 반짝했던 스타트업들이 불과 1~2년을 지탱하지 못한 채 퇴출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이같이 설익고 아슬아슬한 콘텐츠 산업 환경 때문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정부가 창조 경제 및 창조문화를 강조하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의 출현과 러시를 기대하고 있는 듯한 눈치다. 하지만 끄덕하면 대못질이나 하고, 무엇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인지 구분도 못하는 기업 환경에서 스타트 기업을 키워 나간다는 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없으면 한 나라의 기업군도 거대한 마켓 시장도 형성할 수 없다. 더욱이 중국의 ‘BAT'와 같이 3인방의 태동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정책 입안자들의 시대적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하겠다. 재료는 풍성한데 이를 상품으로 엮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구슬이 서말이어도 필요 없는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기업 육성을 위한 통 큰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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