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멀티플레이 장점 완벽구현
부진 털어내고 상승세 …e스포츠 구도에 변화의 바람 몰고 올 듯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확장팩 ‘공허의 유산’이 지난 11월 발매돼 유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압도적인 분량의 싱글플레이와 게임시스템 개선은 한 때 ‘스타2’를 떠났던 유저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 PC 온라인 게임 인기지표라고 할 수 있는 PC방 순위에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공허의 유산’의 가장 큰 포인트는 싱글 미션에 초점을 둔 ‘자유의 날개’와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군단의 심장’의 모든 장점을 녹여냈다는 점에 있다. 이를 통해 유저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중 한 가지 콘텐츠만 즐기더라도 극대화된 재미를 느낄수 있게 됐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국내 게임시장에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의 열풍을 주도한 작품이며, 동시에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e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인기에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게임 구성과 세 종족간의 독창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대립, 활발한 e스포츠로써의 경기 진행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흥행과 관련해 ‘스타크래프트2’가 ‘스타크래프트1’의 흥행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혹평 역시 적지 않았다. 새롭게 도입한 시스템은 유저들의 실력 차이를 보다 극명하게 갈라놨고, 새로운 e스포츠의 대세가 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를 쫓아갈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혹평과 관련해 개발사인 블리자드는 자신들만의 해법을 ‘공허의 유산’을 통해 보여줬다. 가장 잘 하는 분야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일환으로 탄생하게 된 ‘공허의 유산’ 싱글 스토리는 ‘레이너’ ‘케리건’ ‘아르타니스’가 주축이 돼 이야기를 진행했던 ‘스타크래프트’ 사가의 마지막을 담고 있다. 유저는 황금 함대 총 사령관이자 프로토스의 지도자인 ‘아르타니스’의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며 ‘스타크래프트2’ 시리즈를 관통하는 혼종 ‘아몬’과의 전쟁을 직접 지휘하게 된다.
싱글 미션의 핵심은 기존 ‘스타크래프트1’에서 볼 수 있던 유닛들을 대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추적자’의 등장으로 삭제됐던 ‘용기병’을 시작으로 ‘암흑 집정관’ ‘파괴자’ ‘해적선’ 등 전작에서 주요 병력으로 활약했던 유닛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유저는 새롭게 등장하는 프로토스 기함 ‘아둔의 창’에서 다양한 유닛 업그레이드와 특수 능력 활성화, 미션 진행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미션 수행과 같은 경우에는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을 통틀어 프로토스 세계에 대한 설명과 기본 설정이 캐릭터들의 대사에 녹아있어 이것들을 찾는 재미 쏠쏠하다.
싱글 미션을 플레이하면 제공되는 업적 시스템 역시 ‘공허의 유산’에서는 더욱 방대하고 다양한 항목을 제공한다. 단순히 싱글 미션을 클리어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특수한 방법이나 시간을 기반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도 ‘마스터 레벨’이란 별도의 업적 항목을 통해 게임을 반복플레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업적을 지속적으로 쌓으면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상화나 유닛 외형, 마크 등이 제공되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공허의 유산’ 멀티플레이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신규 유닛이 대거 추가됐다는 점이다.
‘공허의 유산’의 신규 유닛은 각 종족 별로 2개씩 추가됐는데, 테란은 ‘해방선’과 ‘사이클론’, 프로토스는 ‘사도’와 ‘분열기’, 저그는 ‘궤멸충’과 ‘가시지옥’ 등의 유닛이 추가됐으며, 전체적으로 각 종족 별로 취약했던 공격 패턴에 있어서 보완이 이루어졌다.
# 각 종족별로 2개 유닛 추가
특히 각 유닛 별로 유저의 실력에 따라 다양한 조작이 가능한 ‘마이크로 컨트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에 있어 신 유닛의 활용이 곧 승패로 연결된다.
기존 ‘1대 1 대전’이라고 할 수 있는 래더 게임 형태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와 같이 싱글 미션을 즐길 수 있는 ‘협동전’ 역시 새롭게 추가됐다. 협동전은 총 5개 미션을 6명의 사령관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 하는 모드로 친구 또는 무작위 유저와 함께 팀을 구성해 싱글 미션에 등장했던 ‘혼종 부대’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이 모드는 유저와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멀티 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싱글 미션에서 사용했던 특수기능(‘아둔의 창’을 활용한 폭격, ‘히페리온 소환’ ‘케리건 활용’ 등)을 사용할 수 있고, 유저의 사령관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싱글 미션에서 사용했던 업그레이드를 그대로 쓸 수 있어 보다 쉽고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두명의 사용자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집정관 모드’가 있다. 이 모드는 일방적인 멀티플레이 형태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은 동일하나, 2명의 유저가 하나의 기지를 조작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유저는 좀 더 세부적인 게임 컨트롤을 친구와 같이 할 수 있으며, 생산이면 생산, 유닛 운용이면 운용 등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게 된다.
여기에 경기가 장기화 될 경우 ‘집정관 모드’의 효율성은 더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프로게이머들이 진행한 시범경기를 통해 대규모 전투에 있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고, 상대방과 동일한 2대 2 대결이기 때문에 밸런스 등에 있어서도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특히 ‘집정관 모드’의 경우 2명이 하나의 기지를 조종하기 때문에 ‘공허의 유산’을 통해 RTS 장르를 처음 접하는 유저도 게임을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모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지 운영이나 태크트리를 익힐 수 있음은 물론, 프로게이머들이 선보였던 마이크로 컨트롤 역시 해당 모드를 통해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첫 작품이 등장하며 국내 e스포츠를 태동시켰으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특히 ‘시리즈가 스포츠로 활성화되기는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1편부터 2편까지 e스포츠 종목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허의 유산’의 시스템적 변화에 따라 e스포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스템의 변화는 곧 경기 양상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경기 운영과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뀔 것이란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2’로 e스포츠가 진행되는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SSL)’와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SL)’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e스포츠 선수는 물론, e스포츠를 관람객들 모두 ‘공허의 유산’이 가져올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멀티플레이에서 적용된 빠른 게임 운영 및 자원 시스템의 변화다. 초기 일꾼이 두 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예전 ‘군단의 심장’에서는 몇몇 올인성 전략 외에는 초반 러시가 적었던 테란과 프로토스 역시 12기로 증가한 일꾼을 활용해 신선하고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 멀티플레이 사례를 확인해 보면 테란이 저그보다 빠른 러시 타임을 기록하기도 했고, 프로토스가 빠르게 조합을 갖춰 상대편을 압박하는 전술이 다수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모두 초반 차원 수급이 빨라지면서 게임의 양상 자체가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그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병력과 확장 기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 전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일반 유저들이 즐기는 멀티플레이에서도 이를 활용한 참신한 전술이 나오고 있어 e스포츠 경기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 다양한 전술 구사 '거뜬'
다음으로 자원과 관련된 시스템 변화와 함께 유닛의 AI 역시 상당 부분 발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AI와 비교해 시야 확보 및 공격 패턴이 대거 개선돼 사거리에 유닛이 들어오면 즉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가 개선이 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A무브(자동 공격)’를 활용하더라도 최적의 전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세부적인 컨트롤이 없더라도 대규모 전투부대를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전망이다.
멀티플레이에 적용된 신규 유닛의 경우,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 성향에 따라 같은 유닛이라도 전혀 다른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 테란의 신규 공중 유닛인 ‘해방선’의 경우, 일정 지역의 지상을 방어하거나, 한 곳에 모여 있는 공중 병력과의 전투에서 스플래시 데미지를 입히기 때문에 선수가 방어형 전술을 구사하느냐, 공격형 전술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유닛 활용 방식이 전혀 달라진다.
이런 다양한 변화는 기존 리그에 포진해 있는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새 유닛을 활용해 완전히 달라진 체제로 전략을 변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빠른 경기 진행을 기반으로 자신의 색깔을 더욱 강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도전에 대한 정답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새로운 유닛과 시스템을 활용한 전혀 다른 전략이 대안이 될 수도 있고, 기존의 전략 전술을 보강하는 형태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강조하는 것 역시 승리를 위한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자유의 날개’에서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갈 때에도 주력 선수의 교체가 있었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견고히 한 선수들도 상당수 존재했다”며 “이번 ‘공허의 유산’의 경우도 게임의 시스템과 흐름 자체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시즌1 결과를 봐야 자세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